26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넥센전에는 모처럼 만원 관중(2만6600석)이 꽉 들어찼다. 롯데의 홈구장인 사직구장이 매진 사례를 이룬 건 올 시즌 세 번째. 5월 6일 KIA전 이후 112일 만이다. 롯데는 당시 1-1 동점이던 6회 이대호의 홈런으로 앞서간 뒤 7·8회 2점씩을 보태 6-1로 승리했다. 홈팬들에게 짜릿한 선물을 안겼다.
앞선 두 차례 매진 사례와 비교하면 이번 만원 관중은 의미가 남다르다. 5월 5~6일 맞붙은 KIA는 '티켓 파워'가 상당한 팀이다. 원정 관중도 많다. 그때나 지금이나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또 5월 5~6일은 어린이날을 포함한 황금연휴 기간이다. 팬들의 발걸음이 많이 몰릴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그러나 26일 넥센전 만원 관중은 최근 롯데의 상승세가 여실히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넥센이 KIA와 달리 비인기 구단으로 분류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팀 성적과 함께 팬들의 응원 열기도 덩달아 뜨겁게 달아올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롯데는 26일까지 후반기 23승10패1무, 승률 0.697를 기록하고 있다. 이 기간 두산(승률 0.794)에 이은 승률 2위에 올라 있다. 최근 20경기에서는 17승3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이다. 상대 에이스급 투수들도 자주 무너뜨린다. KIA 양현종과 헥터 노에시, LG 차우찬, 두산 유희관과 마이클 보우덴 등이 이달 롯데전에 나서 패전투수가 됐다. 8월 6일까지 7위에 처져 있던 롯데는 어느덧 4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지고 있어도 승리의 희망을 놓지 않게 하는 경기를 이어 가고 있다. 후반기 역전승은 17차례로 두산과 함께 가장 많다. 후반기 승리의 75%가 역전승이다. 팬들 사이에선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올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팬들의 발걸음이 사직구장으로 향한다. 경기 평균 관중이 전반기 1만3778명에서 후반기 1만4322명으로 훌쩍 뛰어올랐다. 월별 관중 수도 8월이 가장 높다. 시즌 중반까지는 4월(1만4787명)→5월(1만4722명)→6월(1만1898명)까지 월별 관중이 계속 떨어졌다. 그러나 7월(1만2065명) 들어 전달 대비 오름세로 돌아섰고, 8월 들어 가장 높은 경기당 1만4873명의 관중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경기 수 대비 총 관중도 전반기에는 -4%였지만, 이제는 누적 +1%로 돌아섰다.
원년 참가팀 롯데는 KBO 리그를 대표하는 인기팀 가운데 하나다. 경기 중에 울려 퍼지는 응원가 '부산 갈매기'는 롯데를 상징하는 노래다. 만원 관중이 함께 이 노래를 목 놓아 부르는 명장면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큰 노래방'으로 외신에 소개된 적도 있다. 원정팀 선수들도 사직구장을 가득 메운 홈 팬들의 함성에 주눅이 들곤 한다. 롯데의 성적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엄청 크다는 후문이다.
롯데는 2009년 총 138만18명(평균 2만597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지금까지 KBO 리그 사상 역대 한 시즌 최다 관중 기록으로 남았다. 또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연속 100만 명 관중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4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관중도 급감했다.
남은 게임 수를 고려하면 당초 목표로 한 100만 명 관중 돌파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사직구장을 떠났던 팬들의 발걸음을 다시 돌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무적이다. '사직 노래방'은 절찬 영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