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동료일 줄만 알았던 오재일(38·KT 위즈)이 팀을 떠나면서 원태인(36·삼성 라이온즈)이 아주 난감해졌다. 잊고 있었던 '천적 관계'가 부활한 것. 오재일의 트레이드 소식을 듣자마자 다가올 KT전 날짜부터 확인했다면서 "긴장된다"고 말했다.
오재일은 잘 알려진 '원태인 천적'이었다. 두산 베어스 시절인 2019년부터 2021년까지 2년 동안 원태인을 상대로 타율 0.615(13타수 8안타)에 5홈런 15타점을 기록하면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랬던 오재일이 2021년 삼성으로 이적, 원태인의 동료가 되면서 천적 관계가 청산되는 듯했다.
그로부터 3년 반 뒤, 오재일이 다시 팀을 떠났다. 28일 밤 삼성이 KT에 오재일을 내주고 박병호를 받는 일대일 트레이드를 단행한 것.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 1루수가 옷을 맞바꿨지만 체감은 달랐다. 특히 천적이 부활한 원태인에게는 간담이 서늘해지는 소식이었다.
삼성과 KT는 오는 6월 28일부터 30일까지 수원에서 주말 3연전을 치른다. "(재일이 형과) 한 달 뒤에 만나더라"고 확인한 원태인은 "다행히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보다 덜 타자친화적인) 수원에서 만난다. 하지만 벌써 긴장된다"라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말은 이렇게 해도 원태인에게 오재일은 고마운 존재다. 투수나 타자 동료들이 해줄 수 없는 객관적인 조언들을 오재일이 해줬기 때문이다. 원태인은 "지금 컷 패스트볼이 재일이 형 덕분에 만들어진 구종이다. 예전에 이 공으로 재일이 형에게 홈런을 맞은 이후 잘 쓰지 않았는데, '그때 공 좋았는데 왜 더 안써'라고 하시더라. 그 뒤로 자신감을 얻고 연마했다.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고마웠던 형의 이적, 원태인도 오재일의 트레이드 소식에 울컥했다. "트레이드 소식을 듣고 많이 당황했다. 너무 놀래서 팀원들 아무도 말을 하지 못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한 그는 "2021년 우리(삼성)가 가장 좋았을 때(정규시즌 2위) 선수단을 이끌었던 형이다. 떠나서 정말 아쉽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원태인은 웃으면서 형을 보내주기로 했다. 그는 "(트레이드가) 어떻게 보면 좋은 기회지 않을까. 축하한다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KT에) 가서 잘 하시길 응원하겠다"라고 말했다.
오재일은 원태인에게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자"며 유쾌하게 그와의 맞대결을 기대했다. 이에 원태인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재일이 형을 상대로 삼진 잡은 적이 있다. 당시 투구 래퍼토리도 다 기억난다. 그 자신감을 이어가서 이겨보겠다"라며 씨익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