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종언 변호사 (법무법인 존재) 유명 인터넷 방송인 BJ 철구의 도박 고백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인터넷 방송계 전체에 거대한 충격을 안겨줬다. 일주일 도박 자금으로만 10억 원 이상을 탕진하고, 60억 원대에 달하는 부가가치세 체납과 계좌 압류 속에서 동료 BJ들과 지인들에게 수십억 원의 돈을 빌렸다는 그의 고백은 단순한 일탈을 넘어선 대형 사건이다. 주변 방송인들이 증언하는 전체 채무 규모가 100억 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는 가운데, 수많은 대중과 피해자들이 품는 가장 본질적인 질문은 과연 그를 믿고 거액의 돈을 내어준 채권자들은 자신의 피 같은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이다.
우리 민법 제103조 및 제746조(불법원인급여)에 따르면 도박 자금으로 쓰일 것을 알면서 돈을 빌려주는 행위는 원천 무효이며 법적 반환 청구가 불가능하다. 도박 채무자들이 재판에서 돈을 안 갚으려고 불법원인급여를 자주 주장하는 만큼, 민사소송의 핵심 분수령은 채권자가 이를 '알았는가(악의)' 아니면 '몰랐는가(선의)'의 입증 싸움이 된다.
고리 사채업자나 해외 카지노 방문 사실을 알면서 돈을 대어준 악의의 채권자는 대여금 반환 소송에서 패소 판결을 받는다. 또한 돈을 못 받을 뿐만 아니라 이자제한법 위반, 도박방조죄 등으로 형사 처벌이나 세무조사 같은 더 큰 법적 위험까지 떠안게 된다.
반면 “세금이나 사업 자금이 급히 필요하다”는 철구의 거짓말에 속아 돈을 빌려준 동료 BJ나 지인 등 선의의 채권자는 법적 지위가 완전히 다르다. 이 금전소비대차계약은 정상적인 유효 계약으로 인정되며, 상대방도 도박용인 줄 알고 있었다는 입증 책임이 채무자에게 있으므로 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다. 나아가 용도를 속여 돈을 빌린 채무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죄에 해당하여 엄중한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선의의 피해자들이 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는다 하더라도, 현실에서 그 돈을 실제로 회수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또 다른 차원의 거대한 벽에 부딪히게 된다. 철구 스스로 고백했듯 이미 60억 원대의 부가가치세 체납으로 금융 계좌가 압류된 상태라면, 국세기본법에 따라 국가의 조세 채권이 일반 개인 채권보다 무조건 우선하게 된다.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이나 재산이 공매나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국가가 체납된 세금을 먼저 거두어 가고 나면, 더욱이 수십억에서 백억 원대의 빚을 지고 실형 선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실질적인 채무초과 상태에 빠져 있다면, 채권자들이 쥔 승소 판결문은 사실상 회수 불가능한 휴지조각으로 전락할 위험이 매우 크다.
화려한 조명 뒤에 숨은 도박의 그림자가 얼마나 참혹한 법적, 현실적 대가를 치르게 하는지, 이번 사건이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체에 깊은 경종을 울리기를 바란다.
노종언 변호사 (법무법인 존재)
▶저자 소개=노종언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시험 합격 후 현재 법무법인 존재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구하라, 박수홍, 오메가엑스, 선우은숙 사건 등 굵직한 연예계 분쟁을 수행한 엔터테인먼트 분쟁 전문가입니다. 다수의 사건을 수행하며 얻은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엔터테인먼트 법률 이슈에 대한 심도 있는 통찰을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