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차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배출가스 조작 사건으로 판매 중지에 놓였던 폭스바겐이 올 하반기 판매 재개를 앞두고 '온라인 판매' 카드를 꺼내 들어서다. 업계는 판매 중지 여파로 딜러망이 무너진 폭스바겐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서도 자칫 수년째 이어져 온 수입차 판매 시스템에 교란을 주진 않을지 우려하는 눈치다.
카카오와 손잡는 폭스바겐
28일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코리아는 최근 카카오그룹과 차량 정보 제공·시승·견적·결제까지 차량 구매 전 과정을 온라인상에서 처리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 중이다.
이를 통해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신형 티구안' 등 신차 인증이 통과된 차량을 온라인상에서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달에는 독일 폭스바겐 본사 임원들이 카카오를 직접 찾아와 협업을 논의하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코리아 측은 "본사 차원에서 온라인 판매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도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업계에서는 폭스바겐의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폭스바겐은 배출가스 조작 사건의 여파로 우수 판매 사원이 상당수 경쟁사로 이탈했다"며 "판매 재개를 앞두고 무너진 오프라인 판매망을 새로 구축하기보다는 새로운 판매 시스템으로 눈길을 돌린 것 같다"고 말했다.
기존 판매 체계 붕괴 '우려'
업계는 폭스바겐이 당장 온라인 판매 시스템을 도입한다 해도 시장에 안착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장 온라인으로 판매할 경우 딜러사와 딜러 등 기존 오프라인 판매자들의 강력한 반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수입차 딜러사와 딜러들은 기본급 없이 판매 실적에 따라 급여를 받는 개인사업자나 다름없다.
온라인 판매가 보편화되고 딜러사를 찾는 소비자가 감소할수록 딜러사와 딜러들은 실질 급여가 줄어 생존을 위협받게 된다.
한 수입차 딜러는 "수입차 판매는 100% 딜러를 통해 이뤄지고 있고 온라인 판매는 이들의 밥그릇만 뺏는 꼴"이라며 "딜러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인 만큼 폭스바겐이 온라인 판매에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폭스바겐 측은 "일반적으로 온라인을 통한 자동차 판매가 이뤄지면 딜러사 마진이 없어 가격이 싸지게 되지만, 폭스바겐의 온라인 판매는 최종 단계인 차량 인도 과정에서 영업 사원이 관여할 것"이라며 "온라인 판매 도입으로 인해 전통적인 영업 사원 판매 체계가 무너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고가 차량의 온라인 판매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 역시 걸림돌이다.
실제 재규어는 연초 소셜커머스를 통해 온라인 판매를 진행했다가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일부 고객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제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벤트나 단발성으로 자동차를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것은 분위기 환기나 이슈 몰이에 효과적일 수 있지만 국내 수입차 업계의 특성상 온라인 판매가 완벽하게 자리 잡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차 양대 산맥인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관계자 역시 "당장 온라인 판매는 없을 것"이라며 "기존 딜러사를 통한 판매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입을 모았다.
세계적 추세 '공감'
반면 일부에서는 자동차 온라인 판매가 세계적 추세인 만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기존 오프라인 매장 대신 온라인 등으로 유통망을 넓히면 판매 효율성은 물론 인력 비용을 줄여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만큼 소비자도 구매 비용을 줄이고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등의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온라인과 방송 등으로 자동차 판매가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국내와는 달리 해외에서는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 유럽과 미국, 인도 등에서 온라인 판매를 진행 중이다. 최근 중동, 러시아에서도 온라인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결국 수년 안에는 자동차 온라인 판매가 완전히 자리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업계에서는 신차 가격을 낮추기 위한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 중인데 가장 좋은 해결책 중 하나가 온라인 판매"라며 "그동안 이벤트성으로 온라인 판매가 이뤄지긴 했지만 향후 자동차 온라인 판매 채널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고 자동차 시장에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