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난 25일(현지시간)부터 허리케인 '하비(Harvey)' 여파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멕시코만 해상에서 텍사스 남부 연안으로 북상한 '하비'는 카테고리 4등급의 초강력 허리케인이다. 이상 기후가 자주 발생하는 미국이지만 4등급 이상의 허리케인은 2004년 '찰리' 이후 무려 13년 만이다. 그만큼 강력한 위력으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발생시켰다. 직격탄을 맞은 텍사스주 휴스턴에는 29일까지 미 역사상 최대 강수량인 1.25m의 폭우가 내렸다.
힐만 감독의 고향은 텍사스주 애머릴로다. 인구가 20여만 명인 애머릴로는 밀 재배와 가축 방목이 많은 곳이다. 피해가 집중되고 있는 휴스턴에서 600마일(약 966km) 정도 떨어져 있다. 현재 가족이 있는 오스틴과 휴스턴의 거리는 170마일(274km).
힐만 감독은 "큰 피해가 있었다. 처남이 두 명 있는데 지난 36시간 동안 5번 이상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힐만 감독의 처가는 텍사스주 앵글턴에서 농장을 운영 중이다. 앵글턴은 휴스턴과의 거리가 불과 45마일(약 72.4km) 정도다. 자동차로 1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 무엇보다 휴스턴보다 해안가에 위치해 이번 허리케인으로 인한 피해가 적지 않다.
지난해 휴스턴에서 벤치코치를 역임한 힐만 감독은 "휴스턴의 선수나 프런트와 가족같이 연락하면서 지내는데 시즌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선수나 가족이 중심가에 살고 있다. 그래서 피해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29일부터 열린 텍사스와의 홈 3연전을 탬파베이 홈구장인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치르고 있다. 홈구장인 미닛 메이드 파크에서 정상적으로 경기를 치를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원정에서 홈경기를 소화하는 중이다.
비행길도 막혔다. 힐만 감독의 아내(마리)는 이번 주 한국에 올 예정이었지만 모든 게 무산됐다. 공항으로 가는 길이 대부분 막혔고, 피해를 입은 처가에 일을 도와주러 갔다. 미국 텍사스에서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딸(브리아나)도 이틀 동안 모든 수업이 취소됐다. 힐만 감독은 "텍사스주의 절반 정도가 허리케인의 영향을 받았다. 이 정도의 폭우는 500년 만에 왔다는 것 같다"고 놀라워 했다.
최악의 상황이지만 희망을 본다. 이미 2005년 남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큰 피해를 봤던 미국은 전역에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텍사스 지역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힐만 감독은 "텍사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배려하는 특징이 있다. 긍정적인 요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