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31일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노조의 손을 들어주면서 그 파장이 자동차 업계는 물론 산업계 전반에 매머드급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은 기아차 통상임금 1심 소송 판결에서 "2011년 사건의 노동자 2만7000여 명에게 원금 3126억원과 이자 1097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기아차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며 "신의 성실의 원칙(신의칙)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신의칙이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를 좇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민법상 원칙이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다는 노사 합의가 있고, 노동자의 임금 청구가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할 경우, 사측이 패하더라도 소송 금액의 전체 혹은 일부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재판부는 “최근 중국의 사드 보복 및 미국의 통상 압력 등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보이나 피고가 이에 관한 명확한 증거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원고들이 마땅히 받았어야 할 임금을 이제야 지급하는 것을 두고 비용이 추가적으로 지출된다는 점에만 주목해 이를 경제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관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날 법원이 기아차 근로자의 손을 들어주자, 당사자인 기아차는 물론 재계가 '초긴장' 모드다.
당장 기아차는 이번 1심 판결 금액 4223억원을 바탕으로 추정한 재정부담액이 1조원 내외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기준으로 기아차 연간 영업이익의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기아차 관계자는 "과다한 인건비로 경쟁력이 뒤처진 상황에서 통상임금 판결에 따른 추가 임금 부담은 회사 경쟁력에 치명타를 줄 것"이라고 항소의 뜻을 밝혔다.
재계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인 곳이 자동차 업계뿐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기아차와 비슷한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 중인 곳은 무려 115개에 달한다. 서울메트로, 기업은행,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LS산전, 쌍용자동차, 강원랜드, 두산중공업, 한화테크윈, 한국항공우주산업 등으로 주요 대기업과 공공기업들이 대거 포함됐다.
재계는 이들이 이번 판결의 영향을 받을 경우 20조원에서 30조원대의 노동비용 부담액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상임금 소송에 휘말려 있는 한 대기업 관계자는 "재판부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신의칙은 허용하지 않은 만큼 산업계 관련 여러 노조들이 사측을 상대로 줄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는 한국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이날 "이번 판결로 기업들이 예측하지 못한 추가 비용까지 부담하게 돼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