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의 한 코너이자 KBS 2TV에서 15분 편성받은 예능프로그램 '김생민의 영수증'이 화제다. 프로그램의 인기에 힘 입어 김생민은 제1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아직 김생민이 내건 시청률 3% 공약에는 못 미치는 2% 후반대이지만, 체감 인기는 이미 3%를 넘었다.
팟캐스트 파일럿 코너→KBS 2TV 15분 예능 파격 편성
스타 MC도 스타 PD나 스타 작가도 없다. 예능프로그램으로 성공하려고 야심차게 기획한 것도 아니다. 지난 6월 팟캐스트 '송은이 김숙 비밀보장'의 파일럿 코너로 시작됐다. 제작비가 여유롭지 않은 '송은이 김숙 비밀보장' 프로그램에 DJ들의 절친인 유재석·김수용·김생민이 송은이와 김숙을 돕는 차원에서 각각 자기관리 자문위원, 29금 자문위원, 경제 자문위원을 맡았다. 경제 자문위원 김생민은 평소 절약하고 저축을 잘하는 자신의 장기를 살려 다른 사람의 영수증을 분석하고 조언해주는 '김생민의 영수증'을 선보였는데 이게 대박 났다. 처음엔 팟캐스트에 광고가 붙지 않아 광고를 넣어달라는 CM송을 김생민이 직접 부르기도 했다. 회를 거듭하면서 자연스러운 입소문만으로 팟캐스트 인기코너 톱10 상위권에 랭크되더니 5회차 만에 광고가 들어왔다.
이후 KBS 2TV에 15분 예능프로그램으로 파격 편성됐다. 15분 짜리 예능 편성은 KBS 창사 이래 처음있는 일이다. 팟캐스트 코너를 TV로 옮겨온 건 안상은 PD의 아이디어였다. 안상은 PD는 과거 KBS 2TV '연예가중계'를 담당하며 김생민과 오랜 친분이 있다. 김생민의 특징과 장·단점을 잘 알기에 골방에서 시작한 팟캐스트 코너를 TV 예능으로 끌어내는 기획을 했다.
공감과 재미, 신선함 다 잡았다
공감대 형성이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첫 번째 비결이다. 영수증 신청자의 직업과 자산 등 유형이 다양하지만, 소비패턴에 있어서 시청자와 청취자들에게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부분이 있다. 김생민의 따끔한 일침은 비단 신청자 뿐만 아니라 시청자와 청취자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신청자의 1~2개월치 영수증을 살펴본 뒤 예상치 못 한 것을 집어낸다. 날짜와 시간까지 촘촘히 분석하는 김생민은 택시를 탄 시간과 식사를 한 시간이 비슷하면 '외식을 하기 위해 택시를 타야만 했었나. 택시를 타고 그렇게 급하게 간 곳이 식당이냐'는 식으로 영수증에 접근한다. 홈쇼핑 상품을 구매하는 시간대 등까지 샅샅이 살펴본 뒤 어디서 불필요한 돈이 새어나갔는지 체크한다. 이후 연봉과 생활패턴 등을 고려해 한 달에 고정적으로 얼마를 적금을 해야하는지, 어디서 돈을 아껴야하는지 조언해준다. 가끔 현실성이 떨어질 때도 있지만 대부분 웃음을 전제로 한 생활밀착형 조언에 시청자들이 홀딱 빠져들고 있다.
유쾌한 코멘트와 추임새는 웃음 기능을 한다. 불필요한 소비엔 '스튜핏(Stupid)', 꼭 필요한 곳에 소비를 했거나 돈을 아끼고 저축했을 땐 '그레잇(Great)'을 외친다. '스몰 스튜핏' '슈퍼 울트라 그레잇' '겸손 스튜핏' 등 상황에 따라 다른 수식어를 붙이는 것도 웃음을 유발한다. 영어를 잘 못 하지만 아버지가 영어 쓰는 걸 좋아하신다면서 'When I was young(내가 어렸을 때)' 등 간단한 영어 문장이나 영어 단어로 말을 이어갈 때도 폭소를 자아낸다. 소비 욕구를 자제시키는 김생민 표 찬송가도 재밌다. 여기에 송은이와 김숙의 리액션이 더해져 엄청난 시너지를 낸다.
방송사를 불문하고 음악예능, 가족예능, 관찰예능이 무한 반복 생산되는 가운데 '김생민의 영수증'은 근래 없던 예능 포맷이다. 소통과 오락성, 정보제공 등을 강조했다. 20년 넘게 알뜰하게 저축해 10억원을 모은 김생민의 노하우와 예능이 접목돼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영수증 신청 쇄도
프로그램의 인기를 타고, 영수증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첫 방송된 '김생민의 영수증'은 종영까지 3회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영수증 상담 신청이 230건을 돌파했다. 하지만 당초 TV버전은 6부작으로 구성됐고, 3회만 남겨둔 상황이라 230건 중 3건만 채택된다. 선택받지 못 한 신청자들은 물론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채택될 확률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아 TV버전도 연장 편성하라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김생민은 "내가 잘 해서 여기까지 왔는지, 송은이, 김숙 선배가 잘 웃어줘서 여기까지 왔는지 아직도 기분이 얼떨떨하다. 웃기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임하겠다"고 전했다. TV버전은 매주 토요일 밤 10시 45분 방송된다. 팟캐스트는 총 12회까지 올라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