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도중에 외국인 선수를 교체해 성공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일단 영입 가능한 선수층이 넓지 않은 데다가 설령 데려온다 하더라도 한국 무대에 적응하는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올 시즌 개막 후 외국인 타자를 바꾼 팀은 kt와 LG, 넥센 등 3개 구단이다.
먼저 메이저리그 11년 통산 타율 0.284·108홈런·669타점을 기록한 LG 제임스 로니는 지난 7월 중순 기대를 한껏 받으며 한국 땅을 밟았지만, 구단의 2군행에 반발해 지난 8월 말 미국으로 떠났다. 역시 후반기에 영입된 넥센 마이클 초이스는 30경기에서 타율 0.259·7홈런·20타점으로 평범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kt는 지난 6월 초 타율 0.165·2홈런·9타점에 그친 조니 모넬을 퇴출하고, 로하스를 영입했다. 로하스는 62경기에서 타율 0.300·15홈런·41타점으로 교체 외국인 타자 중 가장 돋보인다.
미국 출신의 로하스는 2010년 피츠버그에 3라운드로 입단한 뒤 마이너리그에서만 8시즌을 활약했다. 메이저리그 경력은 없다. 마이너 통산 837경기에서 타율 0.257(3039타수 780안타)를 기록했다. 무엇보다도 kt에 가장 필요했던 장타력이 기대 이하였다. 마이너 통산 홈런이 46개밖에 안 됐다.
그런데 KBO 리그 무대에서 장타력을 새롭게 장착했다. 초반 10경기에선 타율이 0.167에 그치며 걱정을 자아낸 로하스가 후반기 홈런 2위(12개)로 반전에 성공했다. 시즌 홈런 개수도 15개, 트레이드로 이적한 윤석민(17개)에 이어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다.
로하스는 "내 개인 성적보다 팀 성적이 더 좋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후반기만 놓고 보면 롯데 이대호(13개)에 이어 홈런이 두 번째로 많다. "스윙에는 큰 변화가 없다. 실투를 놓치지 않고 타격하려고 노력한다. KBO 리그에도 적응이 많이 됐고. 감독님이 강조하는 대로 조금 더 뜬공 위주로 치려다 보니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
- 마이너리그 849경기에서 홈런은 46개에 그쳤다. KBO 리그로 온 뒤 홈런이 많이 늘었는데. "사실 개인적으로 늘어난 홈런에 대해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다. 그런데 기분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개인 성적은 괜찮지만 팀이 이기는 경우가 적다. 내 성적이 조금 떨어져도 팀이 많이 승리했으면 좋겠다."
- 초반 10경기에선 타율이 0.167에 그쳤다. 걱정하진 않았나. "전혀 걱정은 안 했다. 주변에서는 많이 걱정했을 텐데 새로운 리그에 적응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 내 야구에 자신이 있었기에 적응 기간만 지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 리그에 적응해서일까. 지난 6월(0.275)→7월(0.295)→8월(0.313) 시간이 흐를수록 타율이 좋아지고 있다. "맞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더 적응하고 있다. 아직 많은 시간이 지나진 않았지만 매일 새로운 투수, 유형, 스타일을 보면서 공부하고 있다. 좀 더 오래 머무르면 적응도가 높아지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 것 같다."
- 아시아 야구는 처음 경험하는데 어렵지 않나. "미국, 도미니카공화국, 푸에르토리코 등에서 야구를 해 봐서 큰 문제는 없었다. 한국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다. 팀이 최하위에 처져 있지만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 모두 정말 잘해 줘서 적응하는 데 훨씬 수월했다. 한국이 상당히 마음에 든다."
- 김진욱 감독이나 구단 관계자 모두 선수단 융화력을 높이 평가한다. "크게 의식하진 않고 내 성격대로 팀원들을 대하고 있다. 그렇게 봐 주시니 정말 감사하다."
- 타순에 따라 성적에 차이가 크다. 아무래도 3번 타순이 가장 편한가. "1번, 3번, 4번 모두 뛰어 보니 크게 어려움은 없다. 그래도 3~4번 타순이 가장 마음에 든다. 주변에서 3~4번 타자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나. 그런 압박감과 긴장감을 재밌게 즐긴다."
로하스는 1번 타순에서 타율 0.250(24타수 6안타·2홈런), 3번 0.323(189타수 61안타·13홈런), 4번 0.250(25타수 5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 사이드암을 상대로 타율 0.405로 굉장히 강한 모습이다.(좌투수 상대 타율은 0.271, 우투수 상대로는 0.287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에도 사이드암 투수가 굉장히 많이 늘었다. 처음 겪는 게 아니다. 미국에 있을 때 많이 상대해 봐서 사이드암 유형의 투수에게 이미 적응이 돼 있다. (사이드암 투수 상대로는 좌타석에 들어서) 공이 잘 보이니까 타율이 높지 않나 싶다."
김진욱 kt 감독은 로하스에 대해 "상대 투수에 따라 타석에서 위치를 바꾸곤 한다. 우리팀 젊은 선수들이 배워야 할 점"이라고 칭찬했다.
- 타석에서 위치를 바꾼다고 들었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투수의 공이 느리거나 변화구 유형의 투수라면 일부러 조금 앞으로 다가선다. 반면 몸 쪽 직구를 많이 던지며 승부 해 오는 투수를 만날 때 일부러 조금 뒤로 떨어져서 친다. 투수마다 조금씩 변화를 주는 셈이다. 이런 변화가 자신에게 맞는 선수도 있고, 안 맞는 선수도 있을 텐데 나는 이런 스타일이 편하다."
- 아버지 멜 로하스는 메이저리그에서 10시즌 동안 126세이브를 따낸 구원투수 출신이다. 요즘 활약을 가장 반길 것 같다. "그렇다. 아버지가 메이저리그에서 굉장한 커리어를 쌓으셔서 존경하고, 존중한다. KBO 리그행도 아버지가 적극적으로 추천해 주셨다. 내가 애틀랜타 트리플 A팀(귀넷 브레이브스)에서 뛰니까 '한번 새로운 무대에서 경험하는 것도 앞으로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하셨다."
- 시즌 목표는. "길고 어려운 시즌이었지만 남은 기간 몸 상태를 잘 유지해서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로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