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암리에 알고있는 것과 확인받는 것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 혹시·설마했던 추측이 역시로 바뀌는 순간이다. 새 정권에서 과거의 블랙리스트는 훈장 아닌 훈장이 됐지만 10년간 이들이 이유조차 알지 못한 채 받아야 했던 압력과 시선은 감히 상상할 수 없다. 문화계 인사들은 갑작스러운 강연 취소를 습관처럼 받아 들여야 했고, 명계남·문성근 등 배우들은 오랜시간 브라운관에 모습을 내비치지 못했다. 이유없이 자신의 프로그램을 잃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10년 만에 이명박 정부 블랙리스트로 확인받은 이들의 심경을 인터뷰·SNS 등을 토대로 정리했다.
소설가 이외수 "욕하고 싶다. 강연·방송 등이 2~3일 전 무산된 경우는 많았다. 선동?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행동과 표현이다. 내가 SNS에서 끊임없이 해 왔던 것은 부정과 부패에 대한 힐난과 돌직구였다. 하지만 그것은 여야 막론하고 당연한 것 아니냐. 정부가 만류한다면 이 나라는 그야말로 부정·부패를 선행처럼 생각하는 잘못된 나라다."
소설가 조정래 "소설 '아리랑' 드라마 제작이 불발됐다. 4대강 사업 등에 대해 비판했던 것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원인이 된 것 같다. 민주국가에서 작가로서 잘못된 정치를 비판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
교수 진중권 "당시 대학 강의가 이유없이 폐강되고 강연이 갑자기 취소되는 일을 여러 번 겪었다. 짐작은 했지만 국정원이 얼마나 관여했는지는 몰랐다. 내 사생활을 들여다 본 것 같아 불쾌하다." 배우 명계남 "그동안 방송국 사람들이 곤란하다고 해 TV 출연을 못 했다.나는 얼굴이 알려지고 주목받는 행동을 해서 그렇게 찍혔다고 생각하지만, 나 같은 사람이 앞장서는 바람에 일반 순수 예술인까지 한꺼번에 피해를 본 것 같아 안타깝다."
배우 문성근 "SBS 드라마 '조작'을 통해 8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짐작하고 있던 일이 확인된 셈이다. 관련자들에 대한 문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배우 김규리 "이 몇 자에. 나의 꽃다운 30대가 훌쩍 가버렸네. 10년이란 소중한 시간이. 내가 그동안 낸 소중한 세금들이 나를 죽이는데 사용되었다니"
방송인 김미화 "10여 년을 내가 서고 싶은 무대에 서지 못했다.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이런 일을 벌였다는 것은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겠다는 의도가 아니었겠나. 국가 공작에 의해 무자비한 일들이 진행돼 왔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