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25·토트넘 홋스퍼)이 '도르트문트 천적'과 '박지성의 득점 기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은 14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스타디움에서 열린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와 2017~2018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개막전 홈경기에서 3-1 완승을 거뒀다.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0-0이던 전반 4분 선제골(시즌 1호)을 터뜨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손흥민은 도르트문트의 천적임을 재확인했다. 그는 도르트문트만 만나면 유독 강한 면모를 보여 국내 축구팬들로부터 '양봉업자(도르트문트 별명은 꿀벌군단)'라는 별명을 얻었다. 손흥민은 2010~2011시즌 독일 분데스리가(함부르크·바이어 레버쿠젠) 시절 도르트문트전에서 6번 출전해 5골을 꽂았다. 토트넘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뒤에도 도르트문트 킬러의 모습을 유지했다. 손흥민은 토트넘 입단 뒤 도르트문트와 맞붙은 2015~2016시즌 UEFA 유로파리그 16강 2차전(2016년 3월 17일·1-2 패)에서도 골맛을 봤다. 이날 득점까지 그는 도르트문트전 9경기에서 7경기를 쏘아 올리는 압도적인 득점력을 과시했다.
손흥민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에서 전성기를 보낸 '대선배' 박지성(35·은퇴)의 기록도 넘어섰다. UEFA 챔피언스리그 통산 5번째 골을 넣은 손흥민은 한국 선수 UEFA 챔피언스리그 최다 득점 신기록도 세웠다. 종전 기록은 박지성의 4골이었다.
2015년 잉글랜드 무대에 입성한 손흥민은 기존 한국 선수들이 세운 기록을 차례로 경신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4월 2016~201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1라운드 스완지 시티전에서 리그 9호골을 터뜨리며 아시아 선수 프리미어리그 한 시즌 최다골 보유자가 됐다. 이전 기록은 현재 한국 축구대표팀 '중원사령관'을 맡고 있는 기성용(28·스완지 시티)의 8골이었다.
지난 시즌 막판에는 '한국 축구의 레전드' 차범근(64)의 기록도 넘었다. 그는 2016~2017시즌 통틀어 21골(정규 리그 14골·FA컵 6골·UEFA 챔피언스리그 1골)을 터뜨리며 한국인 선수 유럽 무대 한 시즌 최다골 신기록을 작성했다. 차범근은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독일)에서 뛰던 1985~1986시즌 19골(정규 리그 17골·DFB 포칼 2골)을 기록했다.
올 시즌 손흥민은 새로운 기록에 도전할 전망이다. 바로 차범근이 보유한 한국인 선수 유럽 무대 정규 리그 한 시즌 최다골인 17골이다. 유럽 리그는 시즌 득점보다 정규 리그 득점이 골잡이의 평가 척도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지난 시즌 21골을 넣었지만 리그 득점은 14골에 그친 손흥민이 올 시즌 정규 리그에서 17골 이상 터뜨린다면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의 공격수에 등극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