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17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1부리그) 2017 29라운드 FC 서울과 홈경기에서 후반 43분에 터진 송시우(24)의 극적 결승골을 앞세워 1-0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최근 5경기 연속 무패(3승2무)를 질주한 인천은 6승12무11패(승점 30)로 상주 상무(승점 28)를 제치고 10위로 올라서 '강등권(11, 12위)' 자리에서 벗어났다.
안심하기는 이르다. 한 경기 결과에 따라 다시 강등권으로 내려앉을 수도 있다. 상·하위 스플릿이 나뉘는 33라운드까지는 아직 4경기가 남았고 그사이에 순위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서울전 극적 승리에 환호하던 이기형(43) 감독이 금세 침착함을 되찾은 이유다.
그러나 인천이 이날 승리에서 승점 3점 그 이상의 소득을 얻은 것은 분명하다. 일단 올 시즌 인천은 잔류 경쟁에서 기적적인 생존을 이뤄 냈던 지난 시즌과 데자뷔처럼 닮은 모양새다. 지난해 인천은 이 감독이 대행 체제에서 치른 29라운드 서울전에서 1-0으로 승리한 뒤 승승장구하며 극적으로 클래식 잔류에 성공한 바 있다. 올 시즌도 운명의 장난처럼 29라운드에서 서울을 만나 똑같은 스코어로 승리, 잔류 희망을 밝히게 됐으니 선수들 입장에선 기분 좋은 '우연'이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시기를 앞두고 팀 전력이 안정을 이뤘다는 점도 서울전에서 확인한 긍정적인 소득이다. 이날 인천은 무패를 달리는 동안 중심 멤버로 활약하던 선수들이 빠지고 김진야(19)와 문선민, 김도혁(이상 25), 고르단 부노자(29) 등이 선발로 나섰는데 모두 좋은 활약을 펼쳤다. 선발 라인업에 큰 변화가 있었지만 조직력은 흔들리지 않았고 오히려 그동안 뛰지 못했던 아쉬움을 담아 더 간절히 뛰는 모습이었다.
특히 부노자는 탁월한 신체 조건을 살려 서울 공격진을 꽁꽁 묶으며 '철벽'다운 모습을 보여 잔류 전쟁을 앞둔 이 감독의 마음을 든든하게 했다.
그리고 또 하나, 인천이 이날 얻은 또 하나의 소득은 '생존 DNA'의 재확인이다. 인천은 승강제 도입 첫해인 2012시즌과 그다음 해인 2013시즌 이후 단 한 번도 쉬운 시즌을 보내 본 적이 없다. 늘 강등 후보 1순위로 손꼽혔으며,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는 경쟁 끝에 잔류에 성공했다. 덕분에 인천은 지난 5시즌 동안 단 한 번의 강등도 없이 클래식에서 버텨 내며 'K리그의 생존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올 시즌도 4월부터 리그 최하위로 추락해 강등권을 오갔으나 시즌 막바지가 되자 어김없이 '생존왕'의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의 상승세를 증명하듯 '대어' 서울을 낚은 인천은 내친김에 더 나아가 최소 9위 이상의 목표를 노리고 있다. 7위 포항 스틸러스(승점 34), 8위 전남 드래곤즈(승점 32), 9위 대구 FC(승점 31)와 승점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인 만큼 이 상승세를 이어 간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목표다.
잔류 그 이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단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김석현 인천 단장은 "하위 스플릿은 '총알(승리 수당) 싸움'이라고 본다"며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주머니를 풀겠다"는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