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은 데뷔 9년 차다. 기쁨도 맛보고, 상처도 받고, 의도치 않게 억울한 일도 겪어 보고,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다는 걸 이미 다 경험해 봤을 만한 시간이다. 영악해질 수 있고, 몸을 사릴 수도 있지만 이준은 데뷔 초와 달라진 게 없다. 솔직하고 진심을 담아 행동하고 말한다. 허세나 스스로를 포장하는 것과 거리가 멀고, 스타병이나 배우병과 관련된 흔한 소문 하나 없다. 서른 살의 여유만 더해졌다.
"손발 오글거리는 걸 진짜 싫어해요. 성격상 대접받고 그런 것보다 그냥 편한 게 좋아요. 지금도 촬영장에 가면 그냥 바닥에 앉고 아무 데나 눕고 그래요. 바쁘면 여전히 신인 때처럼 차에서 밥을 해결할 때도 있고요. 오늘도 이동하는데 밥 먹을 시간이 어중간했는데 배고파서 제육덮밥을 차에서 거의 마셨어요. 그리고 연예계 활동을 하면서 사람에게 상처받은 적도 많아서 전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10월 군 입대를 앞둔 이준은 공백에 대한 걱정도 없다. "걱정하고 불안감을 가지면 뭐해요. 해결될 일도 아닌데 걱정하는 건 정신 건강에만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전 분명히 더 나은 모습으로 제대할 건데요. 뭐"라며 히죽 웃었다.
이준은 군 입대하기 전 마지막 인터뷰로 취중토크를 택했다. 데뷔 초부터 최근까지 연예계 활동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술을 잘 마시지 않는 편"이라는 이준은 술 보다는 분위기에 취해 솔직한 얘기를 털어놨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연예계 활동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젠가요. "마음을 담은 편지를 받을 때요. 제가 출연한 작품이나 제 활동을 보고 힘든 시기에 위로가 됐고 마음이 조금이나마 치유가 됐다고 적힌 편지를 받으면 감사하고, 저도 행복하더라고요. 그 때 보람도 느끼고 정말 행복해요."
-멜로 연기는 거의 안 한 것 같아요.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멜로가 자신이 없었어요. 멜로형 얼굴이 아니잖아요. 여자들이 봤을 때 심쿵할 외모도 아니고 꽃미남도 아니고요. 또 마침 출연한 스릴러 장르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서 전 스릴러형 얼굴이라고 생각했어요. 멜로할 때 눈빛에 자신이 없었어요. 제가 밑에서 위로 보는 경향이 있어요. 의도는 없고 그냥 버릇이에요. 그래서 아빠한테 혼난 적도 있는데 습관이라 잘 안고쳐지더라고요. 이번에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정소민과) 멜로라인을 찍을 때 노력을 많이 했어요. 다행히 생각 보다 반응이 좋아서 큰 힘을 얻었죠."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일단 안 해본 것 위주로 골라요.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어요. 겹치지 않도록 노력하죠."
-돈을 벌어서 가족, 스태프를 위해서 또 기부할 때만 쓴다던데 사실인가요. "그렇진 않아요. 예전보다는 그래도 삶이 여유로워졌고 가끔 음식도 비싼 거 사먹어요. (웃음) 물론 과소비는 안 하지만 아예 안 쓰고 살진 않아요. 근데 사실 살면서 돈 쓸일이 많진 않아요. 저를 위해서 사는 건 피규어 정도예요."
-연예인은 비정규직이잖아요. 불안감은 없나요. "없어요. 나이도 어리고 인생은 길잖아요. 마음가짐만 좋으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항상 쫓기고 조급한 마음으로 살아갔어요. 여유가 없었죠. 그런데 이 일을 하면서 오히려 여유가 생겼어요. 결국 나 자신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일을 하는건데 '과연 난 행복한가'라고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니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 때부터 행복을 찾기 위해서 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살아요."
-10월 24일 군입대 하죠. 걱정되는 건 없나요. "전 원래 그게 무엇이든 걱정이 없어요. 걱정을 해봤자 저만 힘들고 해결되는 것도 없잖아요. 정신건강에만 해로운 일인 것 같아서 걱정을 잘 안해요. 더 나은 모습으로 제대할 것이라고 자신해요. 그런데 만약 대중분들이 실망하고, 또 작품에서 저를 찾아주지 않는다면 할 수 없이 다른 일 해야죠 뭐.(웃음) 하지만 기회를 준다면 열심히 연기하고 싶어요."
-먼저 입대한 '절친' 임시완씨는 뭐라고 하던가요. "입대하는 날 전화가 왔어요. '준아 나 들어간다'라고 하는데 그 때 제가 잠결에 받아서 '아, 너 군대가냐'라고 했어요. (웃음) 그때 제가 소감을 물었는데 덤덤하고 아무렇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지금 제가 그래요. 아무렇지 않고 덤덤해요. 대한민국 남자라면 당연히 다 가는 거잖아요."
-입대 전 마지막 인터뷰예요. 팬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요. "더 나은 모습으로 돌아올게요. 작품을 임할 때마다 '전 작품 보다는 조금만 더 잘하자'라는 마인드로 임하거든요. 너무 욕심을 많이 부리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으니깐요. 제대하면서 그 전 보다 조금 더 나은, 발전된 모습으로 돌아올게요."
김연지 기자 사진=박세완 기자 영상=박찬우 기자 영상편집=민혜인 장소협찬=가로수길 테이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