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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는 못나가도 축구는 잘나가는 '북날두' 한광성

 
◇ 평양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에…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한광성은 지난달 26일(한국시간)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RAI)의 스포츠 뉴스인 '도미니카 스포르티바' TV 출연을 앞두고 있었다. 그는 방송국 스튜디오에 나와 최근 자신의 활약상과 이탈리아 현지 생활 등을 소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는 방송 시간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결국 라이 측은 게스트인 한광성 없이 녹화를 진행해야 했다. 사실상 프로그램을 무단 펑크낸 셈이다.

방송 직후 페루자의 마시밀리아노 산토파드레 회장은 "한광성이 방송 직전 출연 거부 의사를 드러냈다"며 "그는 고작 19살이다. 그럴 수도 있다"고 '무단 펑크'의 이유를 밝혔다. 단순히 방송과 관련한 부담감과 변심으로 인해 스튜디오에 가지 않았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현지 언론들은 북한 당국이 한광성의 방송 출연에 압력을 가했을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스포츠 언론인 코리엘레 델로 스포르트도 "북한 정부가 북한 출신 선수들에게 방송 출연을 금지해온 데다 최근 미국과 설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북한이 국제여론 악화를 막기 위해 한광성에게 압력을 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산토파드레 회장은 해명을 통해 "우리 구단은 한광성의 방송 출연과 관련해 북한 당국으로부터 어떠한 압력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산토파드레 회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방송 출연 직전 평양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그를 방송에 출연시키지 말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해당 프로그램이 북한의 실상이나 정치적 상황을 다루지 않는 축구 전문 콘텐트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북한 관계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덧붙여 북측의 압력으로 인해 방송 출연이 무산됐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언론을 상대로도 숨바꼭질 중이다. 이후 그 어떤 언론도 한광성과 접촉하지 못했고, 한광성의 이야기를 담지 못했다.
 
한광성이 지난달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현지 친구들과 생일 파티를 하고 있는 사진을 게재 했다.
한광성이 지난달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현지 친구들과 생일 파티를 하고 있는 사진을 게재 했다.
◇그래도 축구는 '잘나가는' 한광성

한광성의 TV 출연 거부 사건은 최근 국제 정세와 맞물려 여러모로 관심을 받았다. 하필이면 북한은 지금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리틀 로켓맨", "늙다리 미치광이" 등 비외교적 수사로 점철된 거친 말싸움을 벌이고 있는데다 핵미사일 도발로 인해 국제적으로 긴장 관계가 악화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탈리아 무대에 진출해있는 북한 축구선수가 평양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에 TV 출연을 취소한 사건에 쏠리는 관심도 클 수 밖에 없었다.

누구보다 이런 관심이 부담스러울 사람은 한광성 본인이다. 한광성은 이탈리아 무대 진출 이후 개인 SNS를 통해 사생활을 담은 사진을 올리는 등 개방적인 모습을 보였다. 시즌 초반 한광성의 활약이 이어지면서 한국 축구팬들이 그의 SNS에 댓글을 남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한광성은 최근 들어 돌연 계정을 비공개로 바꿨고 TV 출연 거부와 맞물려 북한의 압력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하지만 이런 구설수에도 불구하고 한광성은 축구장에서 여전히 '잘 나가는' 축구 선수다.

한광성은 1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브레시아의 스타디오 마리오 리가몬티에서 열린 2017~2018시즌 세리에B 8라운드 브레시아와 경기에서 후반 4분 선제골을 터뜨리며 리그 3경기 만에 득점포를 재개했다. 이날 그가 넣은 골은 시즌 6호골이자 TV 출연 거부 사건 이후 넣은 첫 골이다. 세리에B 개막전에서 해트트릭을 터뜨리며 화려하게 데뷔한 선수답게 올 시즌 7경기 6골을 몰아치고 있는 한광성은 득점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리며 식지 않는 발끝을 과시했다.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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