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30일부터 10월9일까지 최장 열흘간의 역대급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이에 따라 극장도 일찍부터 연휴기간 물밀듯이 밀려들 관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긴 연휴에 비해 극장에 걸리는 영화의 '수' 자체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코믹·액션·드라마·사극에 애니메이션까지 '장르'는 다양하다. 대형 작품들의 빅매치를 비롯해 막바지 관객몰이를 시도하는 가벼운 외화들과 꼬마 관객님들을 위한 애니메이션도 빈틈없이 깔린다. 올해는 어떤 영화들이 명절 수혜를 톡톡히 입을지 이미 개봉한, 그리고 추석시즌 개봉을 앞두고 있는 '볼 만한' 영화들을 짚어봤다.
▶ 가족영화 모범답안 '아이 캔 스피크'
가족 영화의 모범 답안이다. 엄마·아빠에게 보여줘도, 딸·아들에게 보여줘도 그 누구도 실망할리 없다. 예민할 수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소재를 상업영화로 '영리하게' 풀어낸 첫 번째 작품으로 기억될 전망이다. 영화를 이끈 나문희·이제훈은 대표작이 또 한 편 생겼다.
지난 21일 개봉해 100만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 일상에 치여 영화관을 찾지 못한 관객들 사이에는 '아이 캔 스피크'를 보겠다며 연휴만 기다린 이들도 수두룩하다. 준비물은 민낯과 휴지. 배꼽잡고 웃다가 어느새 펑펑 울고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민족 대명절, 일본에 대한 분노는 더욱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러닝타임 119분.
▶ "만족도 최상" 마동석X윤계상 '범죄도시'
'의외'가 영화로 탄생하면 '범죄도시'다. '남한산성'과 같은 날 개봉일을 확정지었을 때만 해도 "무리수다. 추석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았구나"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시사회 후 관계자들은 "여름시장을 들썩인 '청년경찰(김주환 감독)' 못지 않게 추석시즌을 흔들어 놓을 작품이 될 것 같다"며 입을 모은다.
'범죄도시'는 2004년 하얼빈에서 넘어온 신흥범죄조직을 일망타진한 강력반 괴물 형사들의 조폭소탕작전을 그렸다. 많은 이들이 영화를 보기 전부터 그저 그런 'B급 조폭 액션 영화'로 단정짓고 있지만 놓치기 아깝다. 조폭같은 형사 마동석, 조선족 깡패 윤계상의 아이러니한 변신이 조화롭다. 러닝타임 121분.
▶ 막바지 관객몰이 '김광석' 外 외화들
주인공이 있으면 조연도 있다. 박스오피스 상위권 만큼 중위권 다툼도 치열하다. 한 방을 노리는 한국 영화들 사이 일찌감치 입소문을 잡은 외화들은 틈새를 채우며 막바지 관객몰이를 시도한다. 과거 어른들 틈바구니에서 TV로 시청했던 명절용 오락영화가 스크린에 되살아난 느낌이다. '킬러의 보디가드', '베이비 드라이버'는 맛있지만 느끼한 명절 음식을 소화시키기 딱 좋다.
역주행 바람이 분다. 다시 시작된 이야기에 관객들도 움직이고 있다. 영화 개봉이 사회적 파장으로 이어지고, 그로 인해 다시 영화에 관심이 쏠리고 스크린이 늘어나고, 관객들이 영화관을 찾는 긍정적 선환 구조의 중심에 '김광석(이상호 감독)'이 있다. 고(故) 김광석 죽음에 대한 의혹이 20년만에 수면 위로 떠올라 재수사 착수에 돌입한 현재, '김광석'에 대한 관심 역시 당분간 끊이지 않을 예정이다. 연휴기간 대화 소재로도 한 번쯤은 언급될만하다. 어른들은 과거 김광석을 추억하고, 아이들은 궁금해 할 모습이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