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30일부터 10월9일까지 최장 열흘간의 역대급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이에 따라 극장도 일찍부터 연휴기간 물밀듯이 밀려들 관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긴 연휴에 비해 극장에 걸리는 영화의 '수' 자체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코믹·액션·드라마·사극에 애니메이션까지 '장르'는 다양하다. 대형 작품들의 빅매치를 비롯해 막바지 관객몰이를 시도하는 가벼운 외화들과 꼬마 관객님들을 위한 애니메이션도 빈틈없이 깔린다. 올해는 어떤 영화들이 명절 수혜를 톡톡히 입을지 이미 개봉한, 그리고 추석시즌 개봉을 앞두고 있는 '볼 만한' 영화들을 짚어봤다.
▶"벌써 200만" 명절엔 오락 '킹스맨: 골든 서클'
이변은 없었다. 개봉 전부터 예매율 70%를 넘었던 '킹스맨: 골든 서클'은 개봉 일주일을 채 넘기기도 전 가뿐하게 200만 돌파에 성공했다. 올 추석 유일한 오락영화로 분류되는 만큼 이 같은 분위기는 연휴에 더욱 불타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라는 핸디캡도 '킹스맨: 골든 서클'에는 큰 영향력을 끼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성인 관객들은 오랜만에 아이들 없는 영화관에서 수위만 조금 높은 만화같은 영화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친척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명절, 보고 싶지만 아직은 볼 수 없어 아쉬워 하는 조카를 놀리는 삼촌의 모습도 종종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아무 생각없이 즐기기 딱 좋다. 시원하게 쏘고 통쾌하게 죽인다. 머리 아프게 작품성을 운운할 필요도 없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그대로 신나게 웃으면 그만이다. 개봉 전 우려를 낳았던 여혐 장면들도 개봉 후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모양새다.
한 번 마음을 주면 웬만해서는 신뢰를 거두지 않는 한국 관객들의 애정이 '킹스맨: 골든 서클'에 제대로 적용되고 있다. 이쯤되면 마블 뺨치게 사랑받는 세계관이다. 올 추석은 '킹스맨: 골든 서클'의 신기록 행진을 위한, 행진을 위한 판이 벌여졌다 봐도 무방하다. 러닝타임 141분.
▶"걷고보는 흥행길" 전통강호 사극 '남한산성'
명절에는 오락? 대항마가 사극이다. 명절 스크린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단골 장르가 바로 사극이다. 전통의 강호다. 매 해 등판하지만 흥행을 빗겨간 적은 거의 없다. 올해 추석을 대표하는 사극은 '남한산성(황동혁 감독)'이다.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고립무원의 남한산성 속 조선의 운명이 걸린 가장 치열한 47일간의 이야기를 그렸다.
감독·배우·원작·스태프까지 특 A급으로 구성됐다. 충무로 어벤져스라 불릴만 하다. 사공은 많지만 산으로 가지는 않았다. 놀라울 정도로 구멍없는 완성도에 감탄이 쏟아지고 있다. 단순하고 간단한 평이지만 쉽게 들을 수 없는 '좋은 영화'라는 표현이 '남한산성'의 모든 것을 설명해 준다.
총 11장으로 구성된 이야기는 촘촘한 짜임새를 바탕으로 배우들의 연기가 빛을 발한다. 역사적 실화를 바탕으로 피하고 싶은 굴욕적 사연을 다뤘지만 역사가 주는 메시지의 깊이는 남다르다. 무겁지만 지루하지 않고, 재미없어 보이지만 터지는 웃음은 여느 오락영화 못지 않을 터.
인터뷰에서 "내 작품 중 가장 후회없는 작품이다. 다 털어냈다. 하얗게 불태웠다"고 여러 번 강조한 황동혁 감독은 "'관객들이 어려워 하지 않겠냐'고 많이들 물어보는데 이는 우리 관객들의 수준을 낮춰 보는 것이다. 만든 우리보다 더 '남한산성'을 잘 봐주실 거라 믿는다"고 밝혔다. 러닝타임 13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