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만 볼 것 같았던 배우 천우희가 브라운관에 나타났다. 강한 캐릭터만 도맡아서 했던 그는 tvN '아르곤'에서는 청춘을 대변했다. 미운오리 새끼 같은 설움을 딛고 일어섰다. 이연화 역을 통해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한층 넓힌 계기가 됐다. 드라마에서도 통한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르곤'은 시작과 동시에 끝난 듯한 느낌을 주며 지난달 26일 종영했다. 천우희는 최근 서울 강남 논현동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와 인간 천우희에 대해 털어놨다.
천우희는 충무로의 신데렐라다. 지난 2004년 영화 '신부수업'으로 데뷔해 지난 2011년 영화 '써니'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2013년 영화 '한공주'에서 타이틀롤을 맡으며 각종 영화제를 휩쓸며 배우 천우희의 존재를 만천하에 알렸다.
- 종영 소감은.
"첫 드라마를 아주 잘 끝낸 것 같다. 8부작이라 아쉬웠다. 같이 호흡을 맞춘 분들도 정말 좋았다. 행복하게 끝난 것 같아서 뿌듯하다."
-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배우·스태프들과 이제 막 친해지려고 하는데 헤어졌다. 드라마도 이제 좀 보여주려고 하는데 끝내는 느낌이었다. 마지막 회 촬영할 땐 '이제 이틀 남았네' 하면서 아쉬운 마음이 컸다."
- 8부작이라 몰입이 어렵진 않았나.
"그렇진 않았다. 2개월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연기를 하다보니 몰입도에 어려운 점은 느끼지 못했다. 다만 2~3부 정도 더 있었다면 연화가 고민하는 것들, 아르곤 팀원 각각 캐릭터들의 에피소드들을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 16부작이었으면 어땠을까.
"16부작은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 오히려 다른 걸 억지로 덧붙이지 않아서 좋았다."
- 드라마와 영화 차이점이 있었나.
"차이점을 못 느꼈다. '아르곤' 때는 쪽대본과 디졸브를 경험하지 않았다. 시스템적으로 어려움 없이 촬영해서 그런 것 같다. 연기적으로도 영화의 선과 별반 다른 게 없더라."
- 드라마를 또 하고 싶은가.
"그렇다. 그런데 선배들이 쪽대본과 디졸브를 안 겪어 봐서 하는 소리라고 하더라.(웃음)"
- 드라마 매력에 빠진 것 같다.
"영화에서는 한 캐릭터와 이야기, 그리고 관계의 연결점을 지켜내야한다.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 하나하나 신중해야한다. 종종 감독님의 성향에 따라 관점이 바뀐다. 다른 드라마는 안 해봐서 모르겠지만 '아르곤' 이윤정 감독님은 배우들에게 자유로움을 강조했다. 지문과 대사가 별로다 싶으면 감독님과 상의하면서 다른 표현으로 수정했다. 그래서 애드리브도 많이 했다. 허종태 기자를 맡은 조현철과 연기할 땐 거의 만담 수준이었다. 드라마 보단 '아르곤' 만의 자유로움에 재미를 느낀 것 같다."
- 현장에서 활기찼다고 하더라.
"처져 있는 스타일이 아니라 으샤으샤 하는 스타일이다. 촬영장이 지칠 틈이 없이 재미있었다. 에너지 넘쳐보이면 선배들이 '네가 힘들어봐야 말이 없지'라고 웃으며 말씀하시더라."
- 극 초반 사건에 취중되느라 분량이 적은 느낌이었는데.
"드라마 초반 아르곤 팀은 '미드타운 사건' 때문에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시간이 부족하다보니 이연화가 바라보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부분이 빠졌다."
- '아르곤'은 사건 보단 사람에 치중한 드라마다.
"그래서 좋았다. 뉴스룸 안에 있는 사람도 별반 다를 게 없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캐릭터 한 명 한 명 대입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감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심심하고 밋밋하다고 느꼈을 수 있다. 첫회가 박진감 넘치는 사건 위주로 나왔다. 그런데 2회부터는 인물 위주 이야기였다. 실망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을 했다. 이야기가 극적이었다면 아마 시청률은 더 나왔을 수 있다. 하지만 '아르곤' 만의 느낌은 살리지 못했을 것 같다. 사람 중심의 따뜻한 이야기에 만족한다."
- 연화의 백진에 대한 마음은 사랑일까 존경일까.
"많은 분들이 러브라인 조짐이 있는 것 아니냐고 했는데 감독님을 비롯해 (김)주혁 선배님, 나까지 모두 원치 않았다. 존경의 의미가 가장 컸다."
- 실제로 존경하는 사람은.
"부모님이다. 특히 어머니. 큰 업적을 이뤄야만 존경하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어머니가 크게 보였다. 그냥 여자로서 한 인간으로서 삶을 산다는 게 대단해보였다. 어머니와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내가 잘 할 수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 연화 캐릭터는 굴러들어온 돌이라고 해서 설움이 있었다.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나.
"대학 졸업 후 사회 나와서 영화 '써니'때까지 혼자 일을 했었다. 지금은 설움이 별로 없지만 그때는 조금씩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성향 자체가 마음에 담아두는 편이 아니다. '저 사람이 저렇구나. 저런 사람은 모든 사람에게 그러는구나'라고 생각하며 게의치 않는다. 굳이 남 때문에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는 없다."
- 천우희와 연화의 접점은.
"꿋꿋한 면이 연화와 비슷하다. 캔디 같은데 전형적인 캔디가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조곤조곤 다 한다. '아니다'라고 싶은 점엔 곧잘 말하는 편이다. 대화 형식으로 풀어나간다.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게 대화라고 생각한다."
- 촬영하면서도 할말을 다 한 편인가.
"제안을 많이 하긴 했다.(웃음) 감독님이 먼저 많이 물어봤다. 애드리브는 생각날 때 했는데, 감독님이 컷을 안 하더라. 지문이나 대사에서 내가 생각하는 연화는 다른 점이 있다면 말을 하고 제안을 했다. 대시 한 토시의 차이도 클 때가 있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