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스포츠 미디어데이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사령탑 입심 대결이다. V리그 남자부 미디어데이도 마찬가지였다. 사령탑의 연이은 폭로전이 행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이 화끈한 포문을 열었다. 해설위원 출신 답게 평소 입답이 좋은 그는 우리카드 김상우 감독에게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카드를 다크호스로 꼽았는데, 우리 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더라. 이제 언급할 전력이 안 되느냐"고 공격했다. 동갑내기 두 감독은 삼성화재에서 현역 생활을 함께 했다. 예상치 못한 공격을 당한 김상우 감독은 "좋은 평가를 해줘 정말 고마웠다. 역시 친구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세진 감독은 "그럼 술 한 잔 사라"고 받아쳤다.
릴레이 질문이 이어졌다. 천안·넵스컵에서 한국전력에 우승컵을 뺏긴 김상우 감독이 김철수 감독에게 "아직도 우승 축하 회식 자리를 자주 갖는다고 들었다. 제게는 언제 자리를 마련해 주실거냐"고 했다. 김철수 감독은 "이 기운을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이어가 (우승한 뒤) 4월에 한 턱 쏘겠다"고 말했다.
김철수 감독의 폭로에 행사장은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됐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에게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때 바로티 선수 에 대해 물어오길래 '뽑지 마라'고 확실히 말해줬다. 초보 감독이지만 선수 보는 눈은 있다. 그런데 왜 뽑아서 어려움을 겪냐"고 스파이크를 날렸다. 최 감독의 얼굴은 뻘겋게 달아올랐고 "무슨 말을 해야될지 모르겠다"고 난처해했다. 잠시 후 최 감독은 "한국전력에서 바로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우리가 한 번 잘 기용해보려고 그랬는데"라며 "죄송하다"고 재빨리 수습했다. 마무리는 훈훈하게 끝났다. 삼성화재에서 우리카드로 이적한 유광우가 친구 박철우에게 "어때?"라고 말했다. 의미심장한 한 마디였다. 유광우와 박철우는 세터와 공격수로 삼성화재에서 여러차례 우승을 합작한 바 있다. 박철우는 "네가 없어 쓸쓸하다"면서 "그동안 동거동락하며 좋은 성적 일궜는데 친구가 떠나 마음이 허전하다"고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