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군함도(류승완 감독)'의 감독판이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국내에 첫 공개됐다. 18분 정도의 분량이 추가됐지만, 많은 관객들이 지적한 '역사 의식'은 달라지지 않았다.
'군함도' 감독판은 지난 15일 오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일반 관객들을 대상으로 상영됐다. 사실상 일반 관객들보다 영화계 관계자들의 참여도가 더 높았다. '군함도'가 차마 못 다한 말들을 추가 분량에 담아내며 논란에 해명 혹은 답을 내려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렸기 때문.
추가된 18분의 내용은 일제의 악행 반, 송중기(박무영)의 전사 반이다. 먼저 하시마섬 탄광 내에서 비참하게 죽음을 맞은 소년의 사연과 소년의 죽음을 두고 일본인 관리자들에 맞서는 이경영(윤학철)의 모습이 추가됐다. 소년이 죽는 과정을 통해 본편보다 일제의 악행이 더욱 강조된다.
일제의 악행이 또 이어진다. 일본인들은 황정민(이강옥)과 소지섭(최칠성) 등 주요 인물들이 등장한 후 황국신민서사를 강제로 제창하게 하고, 말도 안 되는 임금계약서를 작성하게 한다.
그리고 송중기가 하시마섬에 오기까지의 전사가 등장한다. 군함도로 조선인들을 보낸 정만식(스기야마)을 반민족주의자로 처단한다. 이 에피소드를 통해 친일파 처단의 의미가 강조되고 송중기가 어떻게 군함도로 들어오게 됐는지 자세히 설명된다.
추가된 장면은 적지 않다. 그러나 많은 관객들이 지적한 '문제의 역사의식'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일본인보다 나쁜 조선인이 등장하고, 조선인과 조선인의 대결 구도가 펼쳐진다. 일제의 무자비한 악행에 당할 수밖에 없었던 슬픈 역사가 더욱 강조되는 것은 사실이나, 본편에서 지적받았던 불편한 설정을 가리기엔 역부족이다.
지난 7월 개봉한 '군함도'는 제작 단계부터 230억원의 제작비가 투자된 대작으로 주목받았다.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가장 많은 돈을 들였다. 여기에 황정민을 시작으로 송중기·소지섭·이정현 등 화려한 출연진으로도 기대를 받았다. '베테랑' 류승완 감독이 이 배우들을 데리고 일제의 악행을 꼬집는 '군함도'는 당연히 1000만 영화가 될 것이라 예상됐다.
그러나 관객은 냉정했다. 스크린 독과점 논란과 함께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졌다. 류승완 감독이 해명에 나서기도 했으나 위기를 극복하지는 못했다. '나쁜 영화' 프레임이 씌워졌고, 결국 손익분기점인 700만도 넘지 못했다. 최종 스코어는 659만 명에 그쳤다.
이처럼 국내에서는 환영받지 못했지만, '군함도'를 바라보는 해외의 시선은 다소 다르다. 감독판이 제50회 시체스 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오르비타 섹션의 최고 작품상을 수상했다. 시체스 국제판타스틱 영화제는 벨기에의 브뤼셀 국제판타스틱 영화제·포르투갈의 판타스포르투 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판타지 장르 영화제로 꼽힌다. '군함도'가 초청된 오르비타 섹션은 관객들의 투표만으로 최고 작품상이 선정되기 때문에 이번 수상의 의미는 남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