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에서 회복돼 팀에 복귀했던 원종현. 원종현은 올 시즌 필승조로 팀에 활력소가 됐다. 하지만 9월 이후 페이스가 꺾였고, 플레이오프 2차전에선 홈런을 맞는 등 부진했다. IS 포토 불펜 과부하 문제가 '공룡'의 발목을 잡을 위기다.
NC는 2017시즌 불펜 부담이 가장 큰 구단이다. 선발 투수가 소화한 이닝이 리그에서 유일하게 700이닝을 넘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불펜이 책임져야 하는 이닝은 많았다. 불펜 투수 소화 이닝은 587⅔이닝으로 삼성(563⅓이닝)에 앞선 리그 1위였다. 불펜 투수가 던진 총 투구수도 1만26개로 삼성(1만482개)에 이은 2위였다. 리그 평균인 8930개보다 1096개가 더 많았다. 하지만 NC는 불펜 평균자책점이 4.32로 리그 2위에 오를 정도로 강력했다. 쉽게 말해 많이 나왔지만 잘 막았다.
하지만 세부지표는 이미 빨간불이 들어왔다. 개막 후 8월까지 3.96이었던 불펜 평균자책점이 9월에 악화됐다. 9월 불펜 평균자책점은 6.56으로 리그 8위. 10구단 kt(5.95)보다 더 좋지 않았다. '불펜의 핵' 김진성(이하 9월 평균자책점 6.14)과 원종현(6.00)·임정호(12.46)·임창민(10.13)이 약속이나 한 듯 같이 흔들렸다. NC는 정규시즌 마지막까지 불펜 과부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선두 KIA를 맹추격하는 2위에서 4위로 순위가 급락한 것도 불펜이 흔들린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선발 보강이 없는 상태에서 버팀목이었던 불펜이 안정감을 잃자 장점이 사라졌다. 가장 뼈아픈 건 김진성의 부진이다. 김진성은 2014년부터 4년 연속 50경기 이상을 뛰었고, 최근 2년 연속 80이닝 이상을 책임진 필승조다. 올 시즌에는 무려 89⅔이닝을 소화했다. 리그 1위. 하지만 9월 이후 출전한 11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이 7.80으로 치솟았다. 원종현과 임창민의 가교 역할을 해줬던 김진성이 흔들리면서 필승조의 위력도 반감됐다.
9월 이후 페이스가 급격하게 떨어진 김진성(왼쪽)과 임정호. 두 선수 모두 NC 불펜에서 믿고 투입하는 필승조였지만 플레이오프에선 입지가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IS 포토 원 포인트로 왼손 계투라인을 책임졌던 임정호도 부진(9월 이후 평균자책점 11.57)을 털어내지 못하고 가을야구를 시작했다. 선발 자원이었던 구창모를 시즌 막판 불펜으로 옮긴 것도 임정호의 부진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승리하긴 했지만,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도 불펜은 불안했다. 개막 후 8월까지 보여줬던 압도적인 모습이 아니었다. 장현식의 깜짝 호투와 에이스 에릭 해커의 위력이 아니었다면 불펜의 부진을 더욱 수면위로 떠오를 수 있었다.
결국, 김경문 감독은 두산과의 플레이오프(PO)에 앞서 선발 투수인 제프 맨쉽을 불펜으로 보직 이동시켰다. 시리즈 전체의 향방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승부수였다. 그만큼 불펜이 불안했다. 김 감독은 PO 2차전이 끝난 뒤 '포스트시즌을 계속 치르면서 불펜의 체력 소모가 심하지 않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걱정은 되지만 선수들이 더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몇 경기 남지 않았으니까 이겨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불펜 과부하, 한국시리즈(KS)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풀어야 할 만만치 않은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