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보우덴(두산)과 에릭 해커(NC). KBO 리그에서 손에 꼽히던 모범 외국인 투수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첫 포스트시즌 맞대결은 싱겁기만 했다.
보우덴과 해커는 20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3차전에 선발 등판했지만 둘 다 5회를 채우지 못했다. 올해 포스트시즌에 처음 등판한 보우덴의 성적은 3이닝 6피안타 4볼넷 4탈삼진 3실점.
2회에만 2루타 포함 3안타와 볼넷 2개를 내주면서 2실점했고, 3회에도 무사 1루서 연속 볼넷으로 만루 위기를 자초하는 등 어렵게 경기를 풀어 나갔다. 타선이 2회 5점, 3회 1점을 각각 지원했지만 야금야금 NC의 추격을 허용했다. 두산은 보우덴이 4회에도 선두타자 박민우에게 좌전 안타를 맞자 곧바로 보우덴을 마운드에서 끌어 내렸다.
해커는 더 부진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과 5차전에서 도합 13⅓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롯데 타선을 완벽하게 제압했던 해커다. 시리즈 MVP로도 뽑혔다. 그러나 4일 휴식 후 등판한 이 경기에선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구위도 나빴고, 제구도 안 됐다. 아웃카운트 11개를 잡는 동안 볼넷을 5개나 허용했고, 두 차례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병살타성 땅볼 타구를 잡았다가 2루 송구 실책을 범해 선취점을 내주기도 했다. 민병헌에게 그랜드슬램도 얻어 맞았다. 3⅔이닝 5피안타(2피홈런) 5볼넷 7실점(6자책). 투구수는 무려 85개였다.
보우덴과 해커만의 문제도 아니다. 이번 시리즈 내내 양 팀에서 선발승이 나오지 않았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한 투수도 없다.
1차전에선 포스트시즌 무실점 행진을 이어오던 두산 더스틴 니퍼트가 5⅓이닝 6실점(5자책)으로 무너졌고, NC 선발 장현식도 3⅔이닝 4실점 후 조기강판했다. 2차전에선 포스트시준에서 NC를 상대로 승승장구했던 두산 장원준이 5⅓이닝 동안 홈런 세 방을 맞으며 6점(5자책)을 줬고, NC 이재학도 3이닝 4실점으로 좋지 않았다.
반면 타자들은 펄펄 날았다. KBO 리그 역대 최초로 포스트시즌 3경기 연속 만루 홈런을 때려내는 기염을 토했다. 2차전에선 리그에서 가장 넓은 잠실구장에서 경기를 치렀는데도 홈런 여덟 방이 터지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선발 투수들의 수난이 계속되고 있는 플레이오프다. 한국시리즈에서 기다리고 있는 KIA는 정규시즌 20승 듀오 양현종과 헥터 노에시를 보유한 팀이다. 두 팀에게 가볍지 않은 숙제가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