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의 차기 행장이 선임되면서 국내 4대 시중은행장 재편이 마무리 됐다. 국민과 신한에는 새로운 인물이 왔고 우리와 하나는 기존 은행장이 연임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영업통'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은행업의 신규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어느 은행장이 영업 능력을 발휘해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영업통 앞세운 4대 시중은행
오는 11월 21일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허인 KB국민은행장 내정자는 대표적인 영업통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허 내정자는 기업 금융에 특화돼 있다. 허 내정자는 대기업부 부장, 동부기업금융지점장, 삼성타운대기업금융지점장 등을 거쳤으며 현재는 영업그룹 대표 부행장을 지내고 있다. 허 내정자는 영업그룹 부행장을 지내면서 아주대병원, 서울적십자병원 등 기관의 주거래은행 자리를 따냈다.
차기 은행장을 내정하는 상시지배구조위원회에서도 허 내정자의 영업력을 높이 평가했다. 상시지배구조위는 "은행의 주요 핵심 직무에 대한 다양한 경험으로 고객과 시장, 영업 현장을 깊게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라고 했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현장 영업을 강조하는 행장 중 한 명이다.
실제로 함 행장은 1980년 서울은행에 입행한 이후 약 36년간 일선 영업현장에서만 근무해 왔다. 서울은행 수지지점장, 하나은행 분당중앙지점장, 가계영업추진부 부장, 충청사업본부 본부장 등을 지냈다. 함 행장은 지난 2015년 9월 취임해 올해 3월 연임에 성공했다. 최근 은행 현장이 디지털로 전환되는 추세에서도 함 행장은 직접 현장을 발로 뛰는 것을 강조한다. 지난 4월에는 본인이 직접 태블릿PC를 들고 동대문 상가를 찾아 고객에게 다가가는 '밀착 영업'을 몸소 실천하기도 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마케팅에 강점을 갖고 있다. 지난 2007년 카드전략부장을 지내며 우리카드의 역대 히트작인 '우리V카드'를 출시해 우리카드의 점유율을 높였다. 홍콩지점장·개인영업전략부장·경영기획본부 집행부장·개인고객본부장 등 소매금융 현장을 누볐다. 이 행장은 우리은행 민영화에 성공하면서 지난 3월 연임됐다.
올해 은행장 타이틀을 단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강남PB센터장, WM(자산관리)부문 부행장 등 영업 부문을 고루 거쳤다. 은행장 직전 신한카드 사장일 때에는 빅데이터와 디지털 부문 역량 강화를 강조해 업계에서 처음으로 고객 카드사용 내역을 활용한 빅데이터 마케팅을 접목했다.
초반 경쟁은 기관 영업…치고 나가는 국민·우리
벌써부터 영업 현장에서 은행들 간의 경쟁이 시작됐다. 특히 기관 영업 자리를 두고 초반 기싸움이 치열하다.
신한은행은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에게 오래도록 지켜온 주요 기관 영업 자리를 뺏기면서 주춤하는 모양새다. 국민은행은 최근 경찰공무원 대출(무궁화대출) 주거래은행 자리를 따냈다. 경찰공무원 대출은 신한은행이 10년 동안 갖고 있었지만 이번에 뺏긴 것이다.
국민은행은 1%대의 신용대출 금리와 각종 혜택을 모아 놓은 복지카드 제공 등을 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 2015년 예비 병역의무자를 대상으로 하는 '나라사랑카드'를 국민은행에게 뺏기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2005년 나라사랑카드 출시 때부터 10년 동안 사업권을 갖고 있었지만 경쟁사에 오래된 사업을 내줬다.
우리은행은 최근 국민연금 주거래은행 사업권을 따내는 성과를 냈다. 국민연금 주거래은행 또한 지난 10년간 신한은행이 맡아 왔다. 우리은행은 60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의 운용 자산을 맡게 됐고 국민연금 임직원들의 급여계좌와 카드 거래 등까지 확보하게 되면서 일정 수익을 챙기게 됐다.
국민연금공단은 국민연금기금의 국내 투자자산 관리·보관하는 수탁은행 우선협상대상자 1순위에 우리은행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2, 3순위는 각각 신한은행, KEB하나은행으로 이 중 신한은행은 251조원 규모의 채권자산을 수탁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인천국제공항 제2청사 영업점 및 환전소 운영, 김해국제공항 영업점 및 환전소 운영 등을 맡고 있다.
앞으로 기관 영업에서 은행 간 싸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등장과 정부의 대출 규제가 강화된 가운데 은행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끌어낼 수 있는 기관 고객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업 금융을 하지 않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은행권의 가장 큰 화두는 새로운 먹거리로, 향후 2년 동안 이익을 낼 수 있는 신규 사업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영업력이 뛰어난 인물들이 은행장에 배치됐다"며 "초반에는 개인 금융보다는 기업 금융에서 사업권을 따내 기본 실적을 챙기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