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 생일을 맞이한 '1박2일'은 인지도 면에서도 톱클래스다. MBC '무한도전'에서 유재석과 김종민이 인지도 테스트를 가졌을 때, 김종민은 유재석보다 우위를 점했다. '1박2일'의 힘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결과다.
2007년 '1박2일'은 우려를 안고 탄생했다. 전작인 '준비됐어요'가 시청률 부진에 허덕이다 방송 2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그러나 방송 후 '복불복 게임'을 기반으로 우리나라 어딘가로 여행을 떠난다는 컨셉트는 볼거리를 충족시켰다. 여기에 각종 캐릭터 향연은 웃음을 더했다.
정석희 대중문화평론가는 "늘 다양성과 다채로움, 참신함을 주장하지만 중장년층은 바뀌지 않는 패턴 속에서 착한 웃음을 좋아한다. '1박2일'은 마치 '6시 내 고향' 같은 프로그램이다. 갈등을 유발하는 성격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출연진과 제작진이 항상 선을 지킨다. 자극적이지 않음이 '1박2일'의 매력"이라고 평가했다. 희 사람 냄새 물씬 난다. 중장년층 시청자들에겐 일요일 고정 프로나 다름없다. '무한도전'의 리얼리티를 따라한 아류작이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착한 예능의 정석을 보여주며 중장년층을 사로잡았다. 그 결과 첫 회 시청률 11.3%로 시작해 2008년엔 30%를 돌파, 급기야 2010년 3월 7일엔 43.3%까지 치솟았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는 와중에도 여전히 10%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1박2일'은 스타 PD와 스타를 배출했다. 이명한 CP와 나영석 PD의 합작품인 '1박2일'은 PD가 프로그램 전면에 나서며 출연자와 대립관계를 유지, 일촉즉발 상황을 만들며 인기를 얻었다. 기존 출연자 보다 PD가 주목을 받는 시대로 변모해갔다. 나영석 PD로 시작해 유호진 PD·유일용 PD까지 '1박2일'의 기쁨이 아닐 수 없다. 로 매번 좋은 일만 있진 않았다. 침체기가 분명히 존재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전성기는 2010년 MC몽이 병역기피의혹으로 '1박2일'에서 퇴출을 당하자 한 차례 휘청거렸다. 2011년엔 메인 MC였던 강호동이 탈세 논란으로 하차하며 MC 없는 '1박2일'이 연출됐다.
여기에 2012년 나영석 PD마저 프로그램을 떠나며 침체기에 돌입했다. PD에 의존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타격은 컸다. 은지원과 이승기도 '1박2일'을 떠났다. 안 좋은 일은 이상하게 한꺼번에 몰아 닥쳤다. 새 마음가짐으로 엄태웅·차태현·성시경·유해진 등으로 시즌2를 새롭게 꾸렸지만, 출범 초기 노조 파업으로 결방하며 자리 잡기에 애를 먹었다. 동시에 SBS '런닝맨'과 MBC '진짜 사나이'의 성장세도 '1박2일'을 힘들게 한 요소였다. 애 국민 예능이라고 불리지만 변화가 희박한 예능이다. 이 때문에 신선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여행과 복불복 게임이 두 축을 이루지만 어느 순간 게임에만 집중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PD들이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중장년층은 신선함 대신 현재를 유지하길 바란다. 그러나 더 큰 화제를 얻기 위해선 새로움을 더해야 한다. 그 중간에서 줄타기를 잘못 한다면 추락이다. 이도 저도 지키지 못하는 예능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석희 평론가는 "신선함이 없다는 지적도 있지만 어떤 세대에게든 편히 볼 수 있는 예능은 꼭 필요하다. 젊은 층이 볼 수 있는 예능은 넘치고 넘쳤다. '1박2일'은 중장년층이 편하게 웃고 떠들 수 있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밝혔다. 락 10년 동안 캐릭터 향연이 펼쳐졌고, 그 결과 숱한 레전드 영상들이 쏟아졌다. 입담이면 입담, 몸개그면 몸개그 등 웃음 포인트가 다양했다. 이승기는 모범생 이미지에서 허당으로 변신했고, 김종민은 10년 째 바보로 불리고 있다. 은지원은 천재 아니면 돌아이, 이수근은 콩트왕으로 활약했다. 최근엔 '얍쓰' 김준호·'근심돼지' 데프콘·'동구' 윤시윤 등이 활약중이다. 여기에 서울 편·하얼빈 편 등 다양한 역사 지식을 함께 다루며 감동까지 더했다. 9주년엔 김종민 특집으로 따뜻함까지 그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