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의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내달 초까지 제빵기사를 직접 고용하라고 지시했지만 진척된 것이 거의 없다. 보다 못한 고용노동부가 직접 고용 시한을 연장해주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합자회사 설립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파리바게뜨가 직접 고용 능력이 있으면서도 엄살을 피운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두 달 간 해법 못내놓은 파리바게뜨
25일 업계에 따르면 파리바게뜨가 고용노동부의 '제빵기사 직접 고용' 시정명령을 따라야 하는 기한 마감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7월 파리바게뜨에 대한 근로감독을 실시해 제빵기사를 불법파견했다고 결론을 내고 오는 11월 9일까지 5378명의 제빵기사를 직접 고용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파리바게뜨는 지금까지 지시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직접 고용시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다.
파리바게뜨가 5300명이 넘는 제빵기사들을 직접 고용할 경우 인건비로 연간 600억원의 추가로 지출해야 한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파리크라상의 지난해 영업이익(665억원)가 맞먹는 수준이다. 직접 고용을 하지 않고 과태료를 낼 경우에도 제빵기사 1인당 1000만원의 과태료로 총 530억원 이상을 물어야 한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파리바게뜨가 요청할 경우 12월 14일까지 마감 시한을 유예하겠다고 했지만 파리바게뜨는 아직 결정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바게뜨 측은 직접 고용을 하더라도 도급·파견법을 어길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주장한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차후 직접 고용한 제빵기사들을 가맹점에 보낼 경우에도 가맹점주들이 제빵기사에 대한 업무 지시를 하기 때문에 불법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파리바게뜨 가맹점은 제빵기사를 고용한 협력업체와 도급 계약을 맺고 제빵기사를 공급 받아 왔다. 도급은 일감을 주는 도급인이 일감을 받는 수급인의 일 결과에 대해 보수를 지급하는 형태로, 현재 제빵기사들은 협력업체의 지시만 따를 수 있다.
대안으로 합자회사 설립?…노조 "문제 본질 흐린다"
파리바게뜨와 가맹점주 등은 합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본사·가맹점주·협력업체 등 3자가 총 자본금 10억원의 합자회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자본금은 3분의 1씩 부담하는 구조다.
가맹점주협의회 측도 제빵기사를 본사가 직접 고용할 경우 점주들이 부담해야 하는 인건비가 늘어날 것을 우려해 합자회사 설립을 대안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이 속한 전국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은 합자회사는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오연춘 노조 조직국장은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단순히 제빵기사들에 대한 업무 지시만이 아니라 근태관리·승진 및 연봉 등 실질적인 근무 환경에 대해 본사가 관리해왔다는 점"이라며 "합자회사 설립은 직접 고용 의무를 피해가려는 위장 합법화"라고 주장했다.
오 국장은 "합자회사가 만들어지면 제빵기사들은 본사와 가맹점주, 협력업체라는 3개의 사용자가 생기게 되면서 명확한 고용 관계가 형성될 수 없다"며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제빵기사들이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파리바게뜨가 합자회사 설립으로 이번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빵기사들이 직접 고용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야 하는 문제도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합자회사 설립은 시정명령과 관련이 없고 제빵기사들이 직접 고용을 원치 않을 경우에만 제 3의 방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파리바게뜨가 엄살을 부린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013년 이마트는 지점에 파견한 판매직원 2000여 명이 불법파견이라는 지적을 받자 직접 고용으로 전환했다. 이에 파리바게뜨도 이마트처럼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