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와 눈물, 감동이 공존했던 설경구의 '3초 포즈'를 얼마나 더 많이 감상할 수 있게 될까.
'지천명 아이돌' '지천명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설경구가 이틀 연속 수상 소식을 전해 놀라움을 자아내고 있다. 기다리는 자에게 결국 복은 찾아왔고, 이견없는 연기력에 축하 인사가 쏟아지면서 설경구는 오랜만에 기쁨을 마음껏 누리고 있다.
설경구는 25일 치러진 제54회 대종상영화제에서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변성현 감독)'으로 영광의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설경구의 수상은 2002년 열린 39회 대종상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이후 딱 15년 만이라 그 의미가 더욱 남달랐다.
경쟁은 치열했다. '택시운전사' 송강호, '프리즌' 한석규가 버티고 있었고 '박열' 이제훈, '더 킹' 조인성 등 후배들도 치고 올라왔다. 하지만 대종상의 선택은 설경구였다. 최근 몇 년간 침체기를 몸소 겪은 설경구는 값진 트로피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진정성 넘치는 소감으로 스스로 트로피의 가치를 더 높였다.
설경구는 "'불한당'이 후보로 많이 올랐는데 수상을 못해서 실망했지만 하나 건졌다. 내가 오늘 ‘불한당' 의상을 입고 왔다. 영화 속에 있는 듯 묘한 기분이 드는데 임시완 씨도 옆에 있는 기분이다. 보고 싶다. 저의 동지 송윤아 씨에게도 감사하다. 제가 대종상 무대에 15년 만에 섰는데 한 번도 폼을 잡아본 적이 없었다. 오늘은 3초만 폼을 잡아 보겠다"며 양 팔을 들어 올린 채 환한 미소를 지어 감동을 자아냈다.
감동이 채 사그라들기도 전 설경구에게는 또 하나의 수상 소식이 날아들었다. 26일 영화평론가협회에서 37회 영평상 수상 결과를 발표한 것. 영평상 남우주연상 주인공 역시 설경구였다. 남우주연상 자격에 이견이 없음을 영평상도 입증한 것. 벌써 '하나'가 아닌 '두 개'를 건졌다. 트로피 싹쓸이 시동이 제대로 걸렸다. 앞으로 치러질 수 많은 시상식에서 더 받으면 더 좋고 못 받아도 이미 받았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설경구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흥행 결과와 상관없이 설경구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설경구는 이 영화를 통해 오랜만에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고, 아이돌 뺨치는 인기를 얻었으며, 트로피까지 거머쥐었다. 설경구에게 4년만에 흥행의 기쁨을 안긴 '살인자의 기억법' 성공 역시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때 부터 커진 주목도가 깔려있지 않았다면 조금 위험했을 수 있다.
시상식의 포문을 활짝 연 설경구가 '복덩이'나 다름없는 '불한당: 나쁜 놈들이 세상' 혹은 '살인자의 기억법'과 함께 남은 시상식에서도 축하받을 수 있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