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63) 전 축구대표팀 감독(현 텐진 테다 감독)이 최근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슈틸리케 전 감독으로선 이동국 같은 노장이 계속 대표팀에 선발될 정도로 한국 축구 선수층, 특히 공격수가 얕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었을 것이다. 실제로 슈틸리케 전 감독은 "이동국이 대표팀에 발탁될 정도로 젊은 공격수가 없다"는 말 뒤에 "한국의 철학은 수비 위주다. 해외에 나간 선수 중 대부분이 수비수 아니면 수비형 미드필더"라고 덧붙였다.
슈틸리케 전 감독의 말은 최근 들어 토종 스트라이커 계보를 이을 선수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는 한국 축구계의 우려와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이라고 했던가. 콕 집어 이름을 거론한 덕분에 엉뚱하게 가만있던 이동국만 된서리를 맞았다. 오죽하면 이동국 스스로 "내가 오래 뛰면 뛸수록 한국 축구는 미래가 없다는 말을 듣고 은퇴를 해야 하나 곰곰이 생각했다"고 씁쓸하게 얘기했다.
어느 나라든, 또 어느 종목이든 잘하는 선수가 대표팀에 뽑히는 것은 당연한 얘기다. 이동국 역시 축구를 잘하기에 축구대표팀에 발탁됐을 뿐이다. '경로 우대'도 아니고, '노장 배려'도 아니다. 나이 순으로 대표팀을 선발한 것도 아니다. 이동국이 대표팀에서 뛴다는 것은 그런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젊은 선수는 무조건 나이 많은 선수보다 실력이 뛰어나야 할까. 만 38세의 나이로 2012 런던올림픽 영국 단일팀 주장을 맡았던 라이언 긱스(44)에게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은퇴를 앞둔 잔루이지 부폰(39)이 여전히 수문장을 맡고 있다는 것이 이탈리아 대표팀의 문제는 아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끊어진 스트라이커 계보'가 걱정된다면, 이동국을 넘어설 선수를 바란다면 '노장이 버티고 서서 후배들의 앞길을 막는다'는 시선부터 고쳐야 한다. 긱스나 부폰이 그랬듯이, 프로는 나이가 아니라 실력으로 말하는 존재다. 이동국이 대표팀에 승선했던 건 충분히 그럴 만한 실력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동국은 불혹에 가까운 나이에도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해 맹활약 중이다. 11월 A매치 2연전 명단에 이름이 불리진 못했지만 29일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1부리그) 2017 제주 유나이티드와 경기서 한국 축구 역사에 남을 만한 K리그 사상 첫 200골을 달성했다. 최강희(58) 전북 감독이 "당분간 깨기 힘든 전무후무한 기록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을 만큼, 20년의 시간을 꾸준히 뛰며 활약한 결과다.
올림픽 사격 남자 50m 권총 3연패를 이룬 진종오(38)가 은퇴 질문을 받을 때마다 했던 말이 떠오른다.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 주라'고 하는 분도 계신데 그 말씀은 자제해 달라. 나는 정말 사격을 사랑하고 정정당당하게 경기하고 싶다." 맞다. 프로는 오직 실력으로만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