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최하위에 그친 kt는 비시즌에 전력을 보강하면서 트레이닝 파트를 주목했다. 선수의 체력 강화 및 부상 관리 등에 정평이 나 있는 이지풍(39) 코치 영입이 그 신호탄이다. 이 코치는 최근까지 넥센에서 트레이닝 업무를 해 왔다. 벌크업을 통해 넥센 선수단의 장타력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2004년 넥센의 전신인 현대에서 시작해 2008년까지 5년간 수원야구장에서 생활한 바 있다.
처음으로 팀을 옮긴 이 코치는 이미 홈구장으로 출근해 젊은 선수들의 체력 강화에 힘 쏟고 있다. 이 코치는 "고향에 10년 만에 돌아온 느낌이라 무척 설렌다"며 "젊은 선수들이 많은 kt에서 '새로 집을 짓는다'는 마음이다.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 kt로 옮겼다. 첫인상은 어떤가?
"설렘이 많다.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들이 많이 보여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선수의 몸 상태 파악 등 이제부터 할 일이 많겠다.
"선수들과 얘기하며 해 나가야 할 것을 파악하고 있다. 마무리캠프를 마치고 복귀하면 선수단 전체를 대상으로 짧은 교육 시간이 마련될 것 같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만큼 올바른 운동 방법 등 방향 제시가 중요하다. 프로는 몸이 재산이지 않은가.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
- 처음 야구단 트레이닝 업무를 시작했던 팀이 현대였다. 당시 수원을 홈으로 사용했는데.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웃음). 그때는 야구장에 관중이 별로 없었다. 팬들의 목소리가 다 들릴 정도였다. 요즘은 관중이 엄청 늘어났더라. 구장 시설도 많이 좋아졌다. 라커 룸이나 웨이트트레이닝 시설 등 어느 팀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전혀 없다." 이지풍 코치를 만나 벌크업에 성공, 신인왕에 오른 넥센 히어로즈 이정후 - '이지풍 코치' 하면 '벌크업'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야구는 파워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웨이트트레이닝도 파워를 향상시키는 데 가장 큰 중점을 둔다. 체격이 좋아져야 자신감도 생긴다. 또 배트 스피드나 구속도 빨라질 수 있다. 우리보다 야구의 역사가 훨씬 오래된 미국 메이저리그에 답이 있다고 본다. 다만 웨이트트레이닝은 비시즌에 집중한다. 전체 훈련을 100으로 보면 체력 단련이 90%, 기술 훈련이 10% 정도다. 시즌 때에는 체력 유지가 가능한 선에서 최소화한다."
- 트레이닝 철학이 있다면.
"휴식을 강조한다. 아무리 훈련을 많이 해도 휴식이 동반되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진다. 2005년 미국 전지훈련 때 깨우쳤다. 당시 현대가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트레이닝코치를 한 달 정도 고용했다. 그때 많은 것을 배웠는데 휴식을 엄청 강조하더라. 당시만 해도 휴식 시간을 많이 늘리는 게 전체적으로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였다. 야구를 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도 가장 강조하는 게 휴식의 필요성이다. 휴식 시간이 적으면 부상이 늘고,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본다."
- 넥센 소속뿐 아니라 많은 선수들이 함께 운동하고선 "감사하다"고 인사하는데. "너무 부담스럽다. 그 정도까지 능력은 안 된다(웃음). 항상 선수들한테 고마움을 느낀다. 기존에 해 오던 운동법과 다른 트레이닝 방법을 제시했을 때 효과는 결국 선수들이 증명하는 것이다. 삼성에서 옮겨 온 채태인은 무릎 통증으로 연습을 줄이면서 경기에 집중해 더 많은 에너지를 쏟고, 퍼포먼스를 보여 줄 수 있었다. 다만 모든 선수들이 제시하는 트레이닝 방법을 받아들여야 하는 건 아니다. 본인이 오랫동안 해 온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불안해서 못 바꾸는 경우도 있다."
- 그런 경우엔 어떻게 하나.
"베테랑은 자기만의 루틴이 있어 변화를 두려워한다. 벼랑 끝에 몰려야 조언을 받아들이곤 한다. kt로 옮긴 뒤에 가장 반갑게 맞아 준 유한준이 그랬다. 다만 젊은 선수들은 올바른 운동법이나 방향성을 가질 수 있도록 따라오게끔 한다. 프로 선수들에게 강압적으로 할 순 없다.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선수들이 트레이닝코치의 조언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좋은 케이스를 만드는 것이다. 2005년 피츠버그 코치에게 이와 관련해 고민을 털어놓으니 코치가 '시간을 가지고 멀리 봐라. 딱 한 명만 바꿔 봐라'고 하시더라. 우연히 그 당시 이숭용 코치가 야구를 더 잘하고 싶어 고민했다. 형에게 내가 생각한 운동법을 권유했고 '속는 셈 치고 한 번 해 볼게'라는 답을 들었다. 그러니 주변에 많은 선수들이 따라오더라. 넥센을 보면 야구를 잘하는 선배들이 웨이트트레이닝을 많이 하니 어린 선수들도 자연스럽게 따라한다. kt 역시 그런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kt 위즈 제공 - 야구단에서 오랫동안 근무하고 있다.
"야구선수가 꿈이었다. 키가 작았지만 동네 야구를 잘했다. 그래서 중학교 1학년 때 테스트를 봤다. 그런데 야구부 부장이 불러 "너거 아버지 뭐 하시노"라고 묻더라. 평범한 집안에서 자랐는데 야구를 하면 각종 비용이 많이 들 것 같아 포기했다. 학창 시절 성적도 나쁘지 않아 부모님도 별로 반기지 않으셨다. 체육교육학(고려대)을 전공했고 야구단과 관련된 업무를 찾다 트레이닝코치의 길에 들어섰다."
- 김진욱 감독과는 처음인데.
"선수단과 언론을 통해 감독님의 철학, 야구관을 들었다. 훈련이나 휴식 등, 비슷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꼭 한 번 같이해 보고 싶었다."
- kt도 지난해에 부상 선수가 많았는데.
"비시즌에 준비를 잘하면 부상도 줄어들고 개개인의 능력도 향상될 것이다. 개인 기록이나 팀 성적도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
- kt에서 그리는 큰 그림, 목표라면.
"내가 이 팀에서 아무 일도 안 했으면 좋겠다. 사실 트레이닝코치는 시즌 중에 할 일이 크게 없다. 비시즌 때에 선수의 체력 향상, 운동법 등을 돕고 시즌 때에는 그저 유지에만 신경 쓴다. 내가 할 일이 많을수록 부상 선수가 많고, (트레이닝 파트가) 잘못 굴러가고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내가 별로 일을 하지 않는다면 시스템적으로 잘 갖춰져 돌아간다는 의미다. 시즌 때에는 더그아웃에서 파이팅만 하고 싶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