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감독은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의 국내 마지막 훈련이던 13일에도 일본과의 개막전에 나설 선발투수를 밝히지 않았다. 일본도 연막 작전을 피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대비할 여지를 줄 필요가 없었다.
마운드 운용은 총력전을 예고하고 있다. 12명 전원이 대기한다. 선발투수가 6~7이닝 씩 소화해주길 기대하진 않는다. '첫 번째 투수'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선발투수 낙점은 관심사다. 마운드 차세대 주자의 1선발로 인정받은 선수이기 때문이다. 우완 사이드암 임기영, 우완 정통파 박세웅, 장현식, 김대현이 경쟁하고 있다. 선 감독도 "결승전까지 소화한다면 이들 중 3명이 나설 것이다"고 했다.
개막전 등판은 임기영과 장현식 두 선수 가운데 한 명이 될 전망이다. 연습경기 등판 일정에서 엿보인다. 박세웅과 김대현은 12일 경찰야구단전에 나섰다. 나란히 3이닝 씩 소화했다. 투구수도 60개에 가까웠다. 불펜 투구 개념으로 보기엔 힘을 과하게 들였다. 3일 휴식 뒤 등판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임기영과 장현신은 10일 넥센전에서 마지막 등판을 가졌다.
조건만 따지면 임기영의 등판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공인구(미즈노사) 적응에 어려움이 덜하다. 투수들은 손가락을 실밥 위에 놓고 채는 변화구는 구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KBO리그 공인구보다 실밥이 덜 도드라진 탓이다. 주무기가 포크볼인 박세웅도 연습경기에서 몇 차례 손에서 공이 빠졌다. 반면 임기영이 주무기는 체인지업이다. 엄지와 검지를 공 측면에 오므려서 잡고 다른 손가락 세 개는 공 표면을 감싸서 던진다. 포크볼이나 투심 패스트볼에 비해 영향을 덜 받는다.
배터리 호흡도 유리하다. 선발 포수는 한승택이 나설 가능성이 크다. 임기영과 같은 소속팀(KIA)이다. 2017년 정규시즌에서 임기영과 한승택이 1회부터 호흡을 맞춘 경기는 한 번 뿐이다. 한승택은 주로 양현종, 팻딘, 정용운 등 좌완투수가 등판할 때 선발 출전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대표팀 다른팀 투수보다는 임기영의 장단점을 더 잘 알고 있을 수밖에 없다.
표면으로 드러난 조건은 임기영을 향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도 파악하고 있는 정보다. 장현식을 내세워 허를 찌를 가능성도 있다. 내부적으로는 장현식이 가장 컨디션이 좋은 선발투수로 평가하고 있다고 한다. 선동열 감독도 "원래 제구력이 꾸준한 투수는 아니었지만 포스트시즌을 경험하면서 안정감이 생긴 것 같다"고 평가한 바 있다. 심중을 드러내지 않은 이유로 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