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아일랜드와 덴마크의 2018 러시아월드컵 유럽예선 플레이오프 2차전이 마무리되면서 개최국 러시아를 제외한 13장의 월드컵 본선행 티켓 주인공이 결정됐다.
총 54개국이 유럽예선에 참가한 가운데 독일·프랑스·스페인·잉글랜드·벨기에·포르투갈·폴란드·아이슬란드·세르비아 등 9개국이 조 1위를 차지해 월드컵에 직행했다. 여기에 크로아티아·스위스·스웨덴·덴마크가 플레이오프를 통과한 뒤 월드컵에 합류했다.
유럽예선의 키워드는 세 가지다. 절대 최강 독일, 유럽을 지배한 폴란드산 폭격기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29·바이에른 뮌헨) 그리고 이탈리아의 눈물이다.
◇절대 최강 독일
유럽예선은 총 278경기가 펼쳐졌고 807골을 기록했다. 경기당 평균 2.9골의 골폭죽이 터졌다.
C조의 독일은 평균치를 훨씬 뛰어넘었다. 10경기에서 43골을 넣으며 평균 4.3골을 성공시켰다. 유럽 공동 1위다. H조 벨기에도 43골을 터뜨렸다. 수비까지 보면 독일이 벨기에를 압도하고 있다. 독일은 단 4실점만 허용했다. 벨기에는 6실점을 기록했다. 독일은 골득실 +39로 1위를 차지했다.
골득실보다 더욱 중요한 사실. 유럽예선에서 10전 전승을 거둔 유일한 팀은 독일이다. 경이적인 성적이다. 완벽한 팀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다. 독일은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지으면서 총 19회이자 17회 연속 월드컵 본선 땅을 밟는다. 단연 러시아월드컵 우승 후보 1순위. 2014 브라질월드컵 챔피언이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답다.
게다가 성공적인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브라질 우승 멤버 필립 람(34·은퇴)·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33·시카고 파이어) 등이 대표팀 유니폼을 벗었지만 그 자리를 요주아 키미히(22·바이에른 뮌헨)·니클라스 쥘레(22·바이에른 뮌헨)·레온 고레츠카(22·샬케 04) 등 강렬한 신성들이 메웠다.
여기에 최전성기에 접어든 브라질 우승 멤버들이 건재하다. 토마스 뮐러(28·바이에른 뮌헨)·메수트 외질(29·아스널)·토니 크로스(27·레알 마드리드)·마누엘 노이어(31·바이에른 뮌헨) 등이 주인공이다. 요아힘 뢰브(57) 감독의 존재감 아래 독일은 21세기 최초의 월드컵 2연패를 노리고 있다.
◇폭격기 레반도프스키
유럽예선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는 누굴까.
포르투갈 득점 기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2·레알 마드리드)를 예상할 수 있다. 호날두 역시 이번 유럽예선에서 많은 골을 넣었다. 총 15골을 넣으며 포르투갈의 월드컵 본선행에 앞장섰다. 하지만 득점 1위는 호날두가 아니다. 호날두를 넘은 단 한 명의 선수, 폭격기 레반도프스키다.
그는 10경기에 나서 무려 16골을 터뜨렸다. 경기당 1.6골의 폭발력이다. 폴란드가 넣은 28골 중 절반을 넘게 책임졌다. 폭격기를 앞세운 폴란드는 E조 1위로 당당히 러시아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가 넣은 16골은 역대 유럽예선 최다골 신기록이다.
1차전 카자흐스탄 1골을 시작으로 2차전 덴마크 3골·3차전 아르메니아 1골·4차전 루마니아 2골·5차전 몬테네그로 1골·6차전 루마니아 3골·8차전 카자흐스탄 1골·9차전 아르메니아 3골·10차전 몬테네그로 1골 등 16골을 완성했다. 10경기에 출전해 해트트릭을 무려 3번이나 성공시켰다.
7차전 덴마크와 경기에서 폴란드는 0-4 패배를 당했다. 유럽예선에서 레반도프스키가 유일하게 골을 넣지 못했고 폴란드가 패배한 유일한 경기였다.
레반도프스키보다 골을 넣지 못한 '팀'도 31개 팀이나 된다. 그의 골을 팀 득점으로 따지면 54개국 중 23위다.
레반도프스키와 호날두에 이어 벨기에 로멜루 루카쿠(24·맨체스터 유나이티드·11골)·덴마크 크리스티안 에릭센(25·토트넘·11골)·포르투갈 안드레 실바(21·AC 밀란·9골)·스웨덴 마쿠스 베리(31·알 아인·8골) 등이 득점 상위권에 포진됐다.
◇이탈리아의 눈물
최대 이변은 역시나 월드컵 최강국 이탈리아의 탈락이다.
이탈리아는 유럽예선 G조에서 무적함대 스페인에 밀렸다. 스페인에 조 1위 자리를 내줬다. 조 2위 이탈리아는 플레이오프에 나섰다. 이탈리아의 저력이 월드컵 본선으로 이끌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했다.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이탈리아는 플레이오프 상대 스웨덴을 넘지 못했다. 1차전에서 0-1로 패배한 뒤 2차전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탈리아는 러시아행 티켓을 잡지 못했다.
1958 스웨덴월드컵 이후 60년 만의 월드컵 진출 실패다. 월드컵 우승 4회(1934·1938·1982·2006), 월드컵 역사상 첫 2연패(1934·1938)를 일궈 낸 이탈리아가 월드컵에 초대받지 못한 것이다.
이탈리아의 상징적 골키퍼인 잔루이지 부폰(39·유벤투스)은 이탈리아가 러시아월드컵 진출에 실패하자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부폰은 1997년부터 이탈리아 대표팀에 합류한 뒤 올해까지 무려 A매치 175경기에 출전했다. 이탈리아 축구 역사에서 가장 많은 A매치 출전 횟수다. 이탈리아는 월드컵 탈락과 함께 전설과도 이별을 고했다.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의 탈락 역시 이변이다.
월드컵 준우승 3회(1974·1978·2010)의 월드컵 강자 네덜란드였다. 4강에도 2번(1998·2014)이나 들었다. 네덜란드는 A조 3위로 처지며 플레이오프조차 진출하지 못한 채 탈락했다. A조 1위는 프랑스, 2위는 스웨덴이 차지했다.
네덜란드 역시 월드컵 탈락으로 전설과 이별했다.
아르연 로번(33·바이에른 뮌헨)은 팀 탈락과 함께 대표팀 은퇴를 발표했다. 로번은 2003년 오렌지 군단에 발을 들인 뒤 에이스로 활약하며 네덜란드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A매치 96경기에 출전했다. 네덜란드 역대 9위 기록이다. 그는 센추리클럽 가입을 코앞에 두고 대표팀 유니폼을 벗었다.
로번은 37골을 넣었다. 네덜란드 대표팀 역사상 가장 많은 골을 넣은 네 번째 선수다. 네덜란드가 저물자 로번도 저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