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경기력, 그라운드 안팎에서 불거진 논란, 4경기 연속 무승의 터널을 지나 11월 A매치 친선경기 2연전에서 드디어 첫 승을 수확했다. 내용은 결과보다 더 값졌다. 신태용(47)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 평가전에서 2-1로 승리를 거뒀고, 나흘 뒤인 14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세르비아와 만나 1-1로 비겼다. 부임 이후 약 4개월 만에 첫 승을 거둔 것은 물론, 예전과 확연히 달라진 경기력으로 자신감을 되찾은 것이 큰 수확이다. 신 감독 역시 세르비아전이 끝난 뒤 "이번 11월 A매치 2연전에서 얻은 가장 큰 성과는 선수들의 자신감"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변화의 중심에는 4-4-2 포메이션이 있다. 신 감독은 지난 10월 유럽 원정 2연전에서 변형 스리백을 사용했다. 부족한 선수 자원을 메우기 위해 김영권(27·광저우 에버그란데)과 이청용(29·크리스탈 팰리스)을 윙백으로 돌렸지만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수비 조직력은 붕괴됐고 상대에게 손쉽게 골을 내줬다. 2경기 7실점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남긴 채 한국으로 돌아왔고 팬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팬심이 등 돌린 어려운 상황에서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 유럽의 복병 세르비아를 연달아 상대해야 하는 11월 A매치 2연전은 어떤 의미로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신 감독은 4-4-2 카드를 꺼내 들며 반전을 이뤄 냈다. 투톱 전술의 핵심은 손흥민(25·토트넘). 그는 이근호(32·강원)와 함께 콜롬비아전에 나서 멀티골을 터뜨렸다. 원톱과 투톱을 오간 세르비아전에서도 여러 차례 날카로운 슈팅을 선보였다. 공격진부터 미드필더, 수비진으로 이어지는 라인도 조밀하고 촘촘하게 꾸려졌고, 간격 역시 일정하게 유지했다. 수비 조직력도 한층 좋아졌다. 러시아에 4골, 모로코에 3골을 헌납했던 수비진은 콜롬비아와 세르비아에 각각 1골씩만 내주며 잘 버텨 냈다.
결과와 내용을 모두 잡은 덕분에 신태용호는 확실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불과 한 달 사이에 달라진 모습을 갖춘 신태용호는 다음 달 일본에서 열리는 동아시안컵 준비에 돌입한다. A매치 일정에 포함되지 않는 대회지만 맞붙는 상대가 일본·중국·북한이다. 어느 한 경기도 방심할 수 없다. 유럽파 없이 K리거와 일본, 중국리그 소속 선수들을 주축으로 삼아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점도 신 감독에겐 부담이다.
반대로 동아시안컵은 신태용호의 '플랜B'를 실험할 수 있는 좋은 무대가 될 수 있다. 특히 월드컵 본선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수비 조직력을 끌어올릴 기회라는 점은 반갑다. 유럽파가 주축을 이루는 공격진이나 미드필더와 달리 K리거와 일본, 중국리그 선수들이 주축이 되는 수비진은 정예 멤버가 모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신 감독은 오는 21일 동아시안컵 명단을 발표한 뒤 11월 말 선수들을 조기 소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동아시안컵은 대회 일주일 전부터 선수들을 소집할 수 있지만 한국과 일본, 중국리그 모두 시즌이 끝난 상황이다. 선수들을 불러들이는 데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