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지 않던 선수들이 강한 존재감을 남겼다. 내야수 류지혁(23)과 정현(23) 얘기다.
한국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 초대 우승팀이 결정되는 경기에서 일본에 0-7로 패했다. 타선은 상대 선발투수 다구치 가즈토를 공략하지 못했고 불펜진은 볼넷을 남발하며 대량 실점을 했다. 연령(24세)과 연차(3년) 제한이 있는 대회다. 일본은 와일드카드를 행사했지만 한국은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전력 차이를 실감한 경기였다. 도쿄 올림픽까지 숙제가 많다.
희망을 보여준 선수도 있다. 두산 내야수 류지혁과 정현이다. 류지혁은 16일 열린 개막전에선 호쾌한 장타, 이날 결승전에선 과감한 수비를 보여줬다.
류지혁은 이날 선발 1루수로 나섰다. 타격 컨디션이 좋고, 내야 수비를 두루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이 샀다. 그리고 2회 수비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무사 1, 2루에서 상대 타자 가이 타구야의 우측 선상 번트 타구를 잡아 주저 없이 3루 송구를 했다. 빠르고 강한 송구 덕분에 2루 주자를 아웃시킬 수 있었다.
류지혁은 개막전에선 연장 10회초에 타석에 들어서 결정적인 한 방을 때려냈다. 승부치기 첫 타자로 나선 최원준이 뜬공으로 물러난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서 좌중간 담장을 직격하는 적시타를 때려냈다. 덕분에 배터리는 위축됐고 후속 타자 하주석에게도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결승전에서도 선발투수 다구치 가즈토에게 안타를 때려냈다. 쉼없이 일본을 괴롭했다.
소속팀 두산의 백업 유격수인 그는 주전 김재호가 부상을 당했을 때 그 공백을 메워내며 이름 석 자를 알렸다.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서 보여준 플레이는 기대에 못 미쳤지만 국제 대회에선 다른 모습을 보였다.
멀티 내야수 정현(kt)도 결승전에서 돋보였다. 타선에선 침묵했다. 눈에 띄는 장면도 없었다. 하지만 수비 기본에 충실했다. 3루수로 선발 출장한 그는 앞서 류지혁의 번트 타구 송구를 잡은 뒤 바로 1루에 송구를 해 타자 주자까지 잡아냈다. 강한 어깨가 빛났다. 0-1으로 뒤진 4회에도 포수 한승택의 원바운드 송구를 잘 잡아냈다. 주자를 3루에 둔 일본이 스퀴즈를 시도하려다가 실패했고 홈으로 쇄도하려다가 귀루하는 주자를 잡기 위해 포수의 송구가 들어갔다. 잡기 힘든 공이었지만 정현이 잘 처리했다.
선동열 감독은 대회 전 "실수를 줄이는 팀이 이긴다"고 했다. 그가 말한 실수에는 실투도 포함된다. 물론 어이없는 볼도 마찬가지다. 일본 마운드는 예상된 전력을 보여줬다. 문제는 한국 불펜진이 볼넷을 남발했다는 것이다. 야수진에서도 세밀하지 못한 플레이가 있었다. 류지혁과 정현은 결승전에서는 기본에 충실한 플레이를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