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대웅제약과 종근당 사이에 벌어진 '대조약 지위권' 갈등에서 종근당의 손을 들어 줬다.
복제약을 개발할 때 기준이 되는 대조약 지위권을 두고 최근 2년 동안 종근당은 물론 식약처와 갈등을 빚어 온 대웅제약으로서는 차후 영업과 마케팅 활동에 부담을 안게 됐다. 식약처는 17일 생물학적동등성시험에 필요한 대조의약품(이하 대조약) 변경 사항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인지장애 개선제인 '글리아티린(성분명 콜린알포세레이트)'의 대조약 지위권이 종전 대웅제약에서 종근당으로 넘어갔다.
대조약은 복제약 개발 과정에서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등한 효능과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거치는 생물학적동등성시험에 기준이 되는 약을 말한다. 오리지널 약인 셈이다. 글리아티린은 이탈리아 이탈파마코가 개발한 인지기능개선제로 2000년대 초부터 대웅제약이 판권을 받아 판매해 왔다.
그러나 종근당이 지난해 1월 이 제제의 국내 판권을 사들이자 식약처는 같은 해 5월 종근당을 글리아티린 대조약 지위권자로 인정했다.
하지만 대웅제약은 식약처의 결정에 반발해 "대웅글리아티린의 대조약을 삭제한다는 식약처의 공고를 집행정지해 달라"며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신청서를 냈다. 대웅제약의 자회사 대웅바이오는 "종근당글리아티린은 원개발사 품목이 아니라 복제약에 불과하다"며 자사의 글리아티린 복제약인 대웅글리아타민이 대조약으로 선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한 제약 회사가 동종 경쟁 업체는 물론 식약처와 행정심판까지 불사하면서 갈등을 빚은 것은 다소 이례적으로 평가됐다.
이들의 지난한 싸움은 식약처가 중앙행정심판위에 "대웅제약 대조약과 관련된 집행정지 결정을 취소해 달라"고 신청한 것이 받아들여지면서 끝이 났다. 앞으로 이 약의 국내 대조약은 대웅글리아티린이 아닌 '종근당글리아티린'이 갖게 된다.
콜린알포세레이트의 국내 시장규모는 약 1900억원으로 큰 편이다. 대웅제약은 그동안 대조약 지위권을 통해 인지장애 개선제 시장에서 선두를 지켜왔다. 하지만 이번 대조약 변경 발표로 대웅제약의 영업·마케팅 전략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대조약 지위는 병원 대상 영업활동 시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병원과 약국 일선에서 약을 처방할 때 식약처가 발표한 대조약을 우선에 두는 경우가 많다. 대웅제약으로서는 약 10년 동안 콜린알포세레이트 시장에서 대조약 지위를 가지면서 이익을 봤다. 또 나름대로 인지장애 개선제 분야의 전문 기업으로 판단해 종근당 쪽에 내주기 싫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