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과 이슈만으로도 방탄소년단의 'AMAs' 무대가 얼마나 대단한 행보였는지 알 수 있지만, 촘촘히 따져 보면 그 의미가 더 엄청나다.
가장 가시적인 성과는 K팝 그룹 최초로 'AMAs'에 초청받아 무대를 꾸몄다는 점이다. 미국 데뷔 무대를 미국 3대 시상식에서 출발했다는 점도 높게 평가받아야 할 부분. 'AMAs'를 위해 따로 영어 버전을 준비하지도 않았고, 한국어 버전의 'DNA'로 무대를 꾸며 'AMAs' 무대 중 가장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는 건 더욱 놀랍다. 션 멘데스 등 함께 참석한 아티스트들도 휴대전화를 들고 무대를 실시간으로 찍기 바빴다. 방탄소년단의 참석이 결정된 뒤에 해외 유명 아티스트와 컬래버레이션 무대 제안도 있었으나 이를 고사하고 온전히 방탄소년단의 매력과 음악성을 보여 줄 수 있는 무대를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공연 순서도 따져 볼 대목이다. 방탄소년단은 이날 평생 공로상을 수상한 다이애나 로스 직전에 공연을 선보였다. 'AMAs'는 엔딩과 엔딩 직전 무대에 힘을 쏟는다. 핑크·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등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보다 방탄소년단의 무대가 뒤로 배치됐다는 건 'AMAs'에서 공연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다이애나 로스 무대 직전 방탄소년단 무대를 했다는 건 충분히 그 의미를 짚어 볼 만하다.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둔 순서"라고 설명했다.
외신의 잇따른 집중 보도 역시 무대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증명한다. 시상식 직후 미국 유력 매체들은 방탄소년단의 무대 반응과 그 의미를 분석한 기사를 쏟아 냈다. '2017 AMAs 최고의 순간'으로 방탄소년단 무대를 꼽은 빌보드는 "방탄소년단이 'DNA' 무대를 하는 동안 아미(팬클럽)의 열기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바로 가까이에서 현란한 안무를 본 많은 팬들이 눈물을 흘렸고, 시상식에서 최고의 리액션 장면을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투나이트(Entertainment Tonight)는 방탄소년단의 무대뿐 아니라 공연을 즐기는 모습까지 AMAs의 '최고의 순간'으로 선정하며, "방탄소년단이 모든 관객들을 열광시켰다"고 전했다.
임진모 평론가는 "싸이의 미국 진출 이후 K팝 최고의 성과"라면서 "아직 K팝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 줬다. 싸이 이후에 위기 국면이었는데 방탄소년단이 나오면서 다시 (꺼져 가는 불씨를) 살렸다. 미국 시장에서 방탄소년단의 지분이 분명하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