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글로벌 시대가 도래한 지 오래다. 국가대항전 성격의 국제 대회는 이미 그 생명력을 잃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올림픽과 월드컵은 최고의 지구촌 이벤트다. 이젠 '국가대항전'의 성격을 넘어서 최신 마케팅 대리전 노릇도 하고 있다. 전 세계적 인기를 얻으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스포츠 스타들이 올림픽과 월드컵에서 '화룡점정'을 찍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엔 기업과 자본의 마케팅 전략이 촘촘히 숨어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스포츠가 다양한 유행 아이템을 만들어 내는 상황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스포츠 스타의 이름 하나로 대변되는 마케팅, 그 시작은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54)을 내세운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에어 조던'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나이키는 미국프로농구(NBA)의 떠오르는 스타였던 조던의 가능성을 보고, 그의 이름을 브랜드로 내세운 농구화를 탄생시켰다. 특정 선수의 이름을 따서 만든 최초의 농구화가 된 '에어 조던'은 마이클 조던의 활약에 힘입어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한국에서도 에어 조던 열풍에 '가짜 에어 조던'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이후 NBA를 비롯한 메이저 프로 스포츠계에선 에어 조던과 같은 '시그니처 운동화'의 발매가 전 세계급 스포츠 스타로 인정받는 조건 중 하나로 자리 잡기도 했다. 조던 열풍은 현재 '덕후' 시장으로 넘어가 몇 년도 발매 모델이 천문학적 금액에 거래되기도 한다.
글로벌 사례로 에어 조던을 유행시킨 마이클 조던이 있다면 국내에선 '피겨여왕' 김연아(27)를 예로 들 수 있다. 피겨 불모지인 한국에 올림픽 금메달을 안겨 준 김연아는 은퇴한 지금까지도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스포츠 스타다. 올해도 가장 영향력 있는 스포츠 스타 1위, 광고 모델 브랜드 평판 1위, 최근 3년간 소비자 선호 광고 모델 3위에 올랐을 정도로 김연아의 파급력은 대단하다.
김연아가 유행시킨 아이템 역시 무수히 많다. 그중에서도 단연 첫손에 꼽힐 만한 건 '김연아 립틴트'로 유명한 디올의 립밤 제품이다. 현역 복귀 선언 이후 2013 캐나다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을 때 연기 순서 추첨을 기다리던 김연아가 립스틱을 바르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네티즌을 중심으로 '김연아 립틴트'가 일약 화제가 됐다. 이후 이 제품은 품절 사태를 일으키며 백화점과 매장, 면세점을 휩쓸었다. 4년 이상 지난 지금까지도 스테디셀러로 팔려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롱패딩 열풍과 함께 김연아가 평창겨울올림픽 프레젠테이션 때 입은 롱패딩도 검색어에 올라 다시 한 번 '완판 사태'를 예고하기도 했다.
스포츠 스타들만 유행 아이템을 만들어 내는 건 아니다.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머천다이징 상품인 '유광점퍼'는 가을 야구의 상징성을 담아 팬들에게 인기가 높은 제품이다. LG 선수단이 2006년부터 착용한 이 점퍼는 2010년부터 팬들에게 판매됐으며, LG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2013년에 1만 벌 이상 팔려 나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