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승진 재벌 2·3세…영업 실적은 '글쎄'
취업난이나 승진 경쟁은 재벌 2~3세에게 남 일이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 오너일가는 입사 후 평균 4.2년 만에 임원으로 초고속 승진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입사 나이는 29.7세이며 33.9세에 임원에 오른다. 일반 직원의 임원 승진 평균 나이 51.4세보다 무려 17.5년이나 빠르다.
하지만 회사에 높은 실적을 가져다주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대표적이다.
조 전 부사장은 2006년 기내식사업본부 부본부장(상무보)에 오르면서 임원진에 올랐다. 입사 7년 만이다.
이후 조 전 부사장은 2013년 3월 부사장에 올랐는데 그해 대한항공의 실적은 당기순손실 2904억원으로 직전해인 2012년 2595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을 이어가지 못하고 1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2014년 12월 '땅콩회항'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후 대한항공의 실적은 더욱 곤두발질을 쳤다. 2015년 대한항공의 당기순손실은 4076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순손실 3605억원에서 적자 폭만 키웠다.
'갑질'로 대한항공의 브랜드 가치에도 먹칠을 했다. 2015년 브랜드 가치평가 회사인 브랜드스탁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브랜드 가치평가 지수는 860점으로 2014년 종합 순위 6위보다 무려 39계단이나 추락한 45위를 기록했다.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은 2015년 883.9점을 받으며 대한항공을 추월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현아 전 부사장은 당시 부사장으로 회사 경영을 책임지는 CEO가 아니었다"며 "실적 부진의 책임을 조 전 부사장 때문인 것 처럼 말하는 것은 전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만취 폭행 사건을 일으킨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은 면세점 사업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김 전 팀장은 2014년 한화건설 매니저로 입사해 1년 만인 2015년에 과장을 달았다. 이어 1년 뒤인 2016년에는 신성장전략팀 팀장으로 발령 받았다.
특히 김 전 팀장은 2015년 말 한화의 주력 사업인 면세 사업을 담당하는 갤러리아 면세 태스크포스(TF) 팀원으로도 참여했다. 직책상 임원은 아니지만 사실상 면세 사업을 담당하는 주력 인사로서 언론에도 처음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한화의 면세점 사업은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지 않았다. 백화점과 면세점 운영법인인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지난해 전체 영업손실액이 12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특히 면세점 사업의 영업손실이 438억원이나 되면서 백화점이 낸 순이익 315억원을 모두 깎아 먹었다.
업계에서는 당시 김승연 한화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김 전 팀장에게 그룹 내의 주요 사업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전 팀장은 성과를 내기는커녕 올 초 만취 폭행 사건을 일으키며 직책에서 물러났다.
한화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제주공항 면세 특허권도 조기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한화의 제주공항 면세점은 다음 달까지만 운영한다.
조은애 기자 cho.eunae@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