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꾼(장창원 감독)'이 개봉 8일 만인 지난달 29일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손익분기점은 180만 명. 이제부턴 손해 보지 않는 장사다. 개봉 2주 차로 줄곧 1위를 지키며 신작들의 대거 개봉 러시에도 선두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다. 극장가 비수기로 꼽히는 11월이지만, '꾼'만큼은 선전 중이다. '꾼'의 얼굴이 바로 현빈이다.
'꾼'은 사기꾼들이 모여 희대의 사기꾼을 잡는 범죄오락 액션영화. 극 중 현빈은 모든 일을 설계하고 자유자재로 남을 속이는 사기꾼 황지성을 연기한다. 드라마에선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을, 영화에선 진중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역할을 주로 맡아 온 그는 능청스러운 사기꾼으로 변신했다. 유지태 박성웅 배성우 나나 등 화려한 멀티캐스팅을 자랑하는 이 영화에서 거대한 그림을 그리는 주인공으로 무게를 잡아 나간다.
그간 현빈은 영화 흥행과 거리가 멀었다. '내 이름은 김삼순'을 시작으로, '그들이 사는 세상' '시크릿가든' 등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로 큰 성공을 거두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시크릿가든' 종영 이후 군 입대를 했음에도 TV 광고에 내내 얼굴을 비춰 공백이 무색할 정도였다. 그러나 스크린에선 흥행 운이 좋지 못했다. '백만장자의 첫사랑' '나는 행복합니다' '만추' 등 꾸준히 영화를 선보였으나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군 제대 이후 복귀작인 대형 사극 '역린'은 제작 단계부터 주목받았지만 384만 관객을 동원,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흥행의 운이 들어온 때는 올해 초, '공조'부터다. '공조'는 크게 기대받지 못했던 작품. 개봉 첫 주 경쟁작인 '더 킹'의 관객 수에 크게 뒤처졌지만, 설 연휴 동안 역전에 성공해 결국 781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올해 극장에 걸린 영화 중 '택시운전사'에 이어 흥행 2위에 올랐다. 현빈의 필모그래피에 최고의 흥행작이다. '공조'부터 들어온 운은 '꾼'에까지 이어지는 양상이다. 12월 말 '1987' '신과 함께' '강철비' 등의 대작들이 출격하기 전까지는 '꾼'을 위협할 만한 경쟁작도 없다.
현빈의 2연타 홈런은 그가 이제 관객의 신뢰를 받기 시작했다는 것을 잘 보여 준다. 사실 '공조'와 '꾼' 모두 재기 발랄함보다 안전함을 택한 작품이다. 어디선가 본 듯한 설정과 장면들이 이어지지만 쉽고 재밌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영화의 얼굴 현빈이 관객을 설득한다. 다소 부족한 만듦새를 현빈을 향한 신뢰로 메우는 셈이다.
지금의 흥행이 그냥 얻어진 것은 아니다.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로 시작해 사극 액션 코믹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을 거듭한 덕분이다. 현재 촬영 중인 '창궐'은 좀비 영화와 사극이 더해진, 전엔 본 적 없던 한국 영화다. 현빈은 로맨틱 코미디 스타에서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배우로 성장하고 있다.
현빈은 "내가 연기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작품을 선택한다. 관객에게 다른 장르, 다른 캐릭터, 다른 영화, 다른 드라마를 보여 주는 게 내 일이다. 그런 점들을 고려해 작품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