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남자 축구대표팀의 신태용 감독이 7일 오전 일본 도쿄 프린스호텔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각오를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사상 최초 2연패 의지를 보였다.
신 감독은 7일 일본 도쿄의 프린스호텔에서 열린 동아시아 챔피언십 공식 기자회견에서 "아직 동아시아 챔피언십에서 2회 연속 우승한 팀은 없다"며 "우리나라가 이번에 도전해볼 만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은 첫 대회인 2003년 우승을 시작으로 2008년과 2015년까지 총 3차례 정상을 경험했다. 3회 우승은 이 대회 최다 우승 기록이기도 하다. 신 감독은 "최선을 다 하다보면 우승은 따라올 것"이라면서 "일본·중국·북한 모두 좋은 팀들이라 쉽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좋은 추억이 많이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도전해보고 싶다"고 재차 강조했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기 위해선 '큰 산'을 2개나 넘어야 한다. 세계적인 명장 마르첼로 리피(이탈리아) 중국 감독과 바히드 할릴호지치(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일본 감독이다.
리피 감독은 이탈리아 명문 유벤투스(1994~1999년·2001~2004년)에서만 무려 13개의 우승컵을 들어올린 명장이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선 이탈리아를 이끌고 우승컵을 품었다. 지도력은 중국대표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국대표팀에 부임한 리피 감독은 올해 3월 벌어진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한국을 1-0으로 물리쳤다. 이 경기 결과는 한국 축구사에 '창사 참사'로 기록됐고, 울리 슈틸리케(독일) 감독이 경질된 계기였다.
리피 감독은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고도 중국과 재계약에 성공했다. 공한증(중국이 한국 축구에 느끼는 두려움) 극복 등 중국 축구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는 점이 참작된 덕분이다. 중국은 지난 10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57위에 오르며 사상 처음으로 한국(62위)을 제쳤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이미 한국 축구에 한 차례 큰 아픔을 준 인물이다. 2014 브라질월드컵 당시 알제리를 맡아 조별리그 2차전에서 한국을 4-2로 눌렀다. 알제리는 한국전 승리를 발판으로 16강에 올랐고, 한국은 알제리전 패배가 결정타가 돼 조별리그서 탈락했다. 그랬던 그가 2015년 숙명의 라이벌 일본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한국과 악연을 이어가게 된 것이다. 한국의 2연패에 가장 큰 경쟁자가 될 개최국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2013년 우승 이후 4년 만의 정상 복귀를 노린다. 최근 기록까지 나쁘다. 한국은 일본과 최근 5경기에서 2무3패로 절대 열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 5월 24일 친선경기에서 박지성(은퇴)의 선제골과 박주영(FC 서울)의 쐐기골로 2-0으로 승리한 뒤 7년 넘게 승리가 없다. 동아시아 챔피언십 우승으로 가기 위해서 신 감독은 7년 7개월여 만의 한일전 승리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한일전은 최종전으로 치러진다.
신 감독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이 일본과 중국에 열세를 보인 것은 신 감독 부임 이전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8월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슈틸리케 감독 후임으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A매치만 4차례 치렀다. 신 감독은 일본과의 최종전에 대해 "솔직한 심정은 이기고 싶다"면서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멋진 경기를 보이면서 동반 성장을 기대한다"고 승리욕을 불태웠다. 그는 "일본과 항상 좋은 라이벌 관계인데 러시아월드컵 다른 조에서 함께 좋은 성적을 내서 아시아 축구가 이제 세계적인 변방이 아니라는 점을 할릴호지치 감독과 내가 책임지면서 경기로 보였으면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신태용팀은 9일 중국과 대회 첫 대결을 벌인 뒤 12일 북한, 16일 일본과 차례로 맞붙어 2연패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