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여(56)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또 한 번 동아시안컵 우승에 실패했다. 한국은 11일 일본 지바시 소가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2차전 북한과 경기서 0-1로 패하며 1차전 일본전(2-3 패)에 이어 2연패를 기록했다. 일본과 북한이 나란히 2승씩 챙긴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의 우승 도전은 좌절됐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공언한 만큼, 초반 2연패로 일찌감치 우승컵에서 멀어진 상황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윤 감독이 “냉정한 현실을 보자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던 대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위 일본, 10위 북한은 한국이 어깨를 나란히 하기엔 버거운 상대들이었다.
1차전서 ‘동아시아 최강’ 일본과 접전 끝에 2-3으로 패했을 때는 그래도 위안이 있었다. 지소연(26·첼시 레이디스) 전가을(29·멜버른 빅토리) 등 한국의 주축 선수들이 빠진 상황에서 객관적으로 전력 차이가 명확한 일본을 상대로 2골을 따라잡는 등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하지만 잠시 ‘반짝’했던 가능성은 북한전 완패로 금세 사라졌다. 열심히 싸운 선수들로서도 허탈할 수밖에 없는 높은 벽을 실감한 2경기였다.
안방에서 우승을 노리는 일본은 물론, 2013년과 2015년에 이어 대회 3연패를 노리는 북한 모두 한국이 투지만으로 밀어붙이기엔 역부족인 상대였다. 특히 두 팀 모두 2019 프랑스 여자월드컵을 준비하는 팀들답게 이번 대회에서 어린 선수들을 중심으로 나섰음에도 패배를 면치 못했다는 사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한국도 한채린(21·경북위덕대) 손화연(20) 장창(21·이상 고려대) 등 윤 감독이 발굴한 어린 선수들을 출전시켰지만 일본이나 북한의 세대교체 수준과 비교할 바는 아니다. 더군다나 일본과 북한은 3월 국제대회를 시작으로 연이어 A매치를 치르며 꾸준히 경기 감각을 조절하기까지 했다. 물론 한국도 3월 키프로스컵에 출전하긴 했으나 4월 평양에서 열린 2018 아시안컵 예선 이후 10월 미국과 원정 2연전을 치른 것 외에 이렇다 할 A매치 경험이 없다.
이번 동아시안컵 2연패는 단순히 경기력만의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 선수 개개인의 실력차, 체력과 전술, 스피드의 열세 등은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 분명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세대교체의 저변, 그리고 국제대회를 준비하는 과정까지 모든 면에서 한국은 ‘철녀’ 북한과 ‘나데시코 재팬’ 일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우승을 꿈꾸며 지바 땅을 밟았지만 2연패로 고개를 떨군 선수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야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