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 일반 경기 스트레스가 100이라면, 한일전은 300입니다. '너 죽고 나 죽자'라는 마음으로 뛰었죠."
13일 일본 도쿄의 아지노모토스타디움 웨스트필드에서 만난 최영일(51) 축구대표팀 단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1994년(미국)과 1998년(프랑스) 2번의 월드컵을 경험한 최영일 단장은 1990년대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센터백이었다. 그의 주 무기는 대인 마크, 1번 막아 내기로 결심한 공격수는 경기장 밖까지 쫓아갈 정도였다.
한일전이 열릴 때면 그의 진가는 더욱 빛났다. 그는 한일전에서 당시 일본 최고의 스타이자 골잡이였던 미우라 가즈요시(50·요코하마 FC)를 꽁꽁 묶은 것으로 유명하다. 덕분에 축구팬들은 그를 '미우라 전담 마크맨' '족쇄맨' '수갑맨' 등으로 불렀다. 최 단장은 "사실은 내가 미우라 덕에 떴다. 미우라와 1994 히로시마아시안게임에서 처음 만났는데, 상대 공격수가 브라질 유학파 미우라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오기가 생겨 끈질기게 수비했더니, 개인기가 워낙 좋다던 미우라도 제풀에 지쳤다"며 웃었다.
최 단장은 16일에 열리는 일본과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최종 3차전을 앞둔 선수단의 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제 현역 시절 때만큼은 아니지만 지금 한국 선수단 사이에서도 상당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국민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한일전은 다른 어떤 경기와도 비교할 수 없다. 게다가 이번 경기는 토요일 저녁에 TV를 통해 생중계된다. 절대로 물러설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라이벌전에 나서는 후배들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최 단장은 "예전엔 태극마크를 향한 애절함이 있었다. 특히 한일전은 그 부담감이 더했다"면서 "일본전을 앞두고는 선수들이 화장실을 4~5번 갈 만큼 초긴장 상태였다. 적지에선 정신력을 다잡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죽하면 일본에 지면 '현해탄(대한해협)'에 몸을 던지겠다는 말이 나왔을까"라고 덧붙였다. 최 단장은 인터뷰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저는 기가 좀 센 사람입니다. 이번 한일전에 제 기가 통할 겁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