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레전드들의 은퇴 이후 행보엔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역량과 경험을 한국 야구 발전에 보태려 했다.
다수는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홈런왕과 포수 계보의 시조인 이만수(59) 전 SK 감독은 1997년 11월 은퇴한 뒤 클리블랜드로 지도자 연수를 떠났다. 현역 시절에 재기 있는 모습으로 사랑받았다. 이후 행보도 이색적이다. 1999년부터 시카고 화이트삭스 유니폼을 입었다. 공식 직함은 불펜 포수. 정식 코치가 아니었다. 하지만 친화력과 책임감으로 지도자 일원으로 인정받았다. 2005년 화이트삭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다.
한국 야구에선 아직 지도자로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2006년 SK에 수석 코치로 영입된 뒤 2011년 사령탑에 올랐지만 2014시즌 종료 뒤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 현재는 야구 전도사디. 불모지 라오스에 야구를 전파하고 있다. 아마 야구 발전을 위해 장학재단도 운영 중이다.
선동열(54) 국가대표팀 감독도 마찬가지다. 1999년 은퇴 뒤 이듬해부터 3년 동안 KBO 홍보위원을 맡았다. 이 시기엔 '국보 투수'의 위용과는 다소 걸맞지 않았다. 행사장과 강연장은 그와 어울리지 않았다. 이내 현장으로 돌아왔다. 2004년부터 삼성의 투수코치를 맡아 정식으로 지도자 길을 걸었고, 2005시즌부터 삼성의 사령탑에 올라 6시즌을 이끌었다. 2012시즌부터 세 시즌 동안 '친정팀' KIA의 감독도 맡았다.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부터 국제 대회에서 투수코치를 맡았고 그동안의 이력과 경험을 인정받아 지난 7월부터는 국가대표팀 전임 감독에 올랐다. 연합뉴스 '기록의 사나이' 양준혁(48)은 2010년 은퇴 뒤 주로 방송 활동을 했다. 2011년 해설위원으로 데뷔했고 예능 프로그램에도 자주 출연했다. 다양한 단체의 홍보 대사로도 위촉됐다. 2011년 6월에는 '양준혁 야구재단'을 발족했다. 클럽 야구 활성화에 기여했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은 '자선야구대회'는 비시즌을 대표하는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선수와 팬이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47)은 지도자와 해설위원을 병행하고 있다. 2012년 은퇴 뒤 한화 사령탑이 된 '은사' 김응용 감독의 부름을 받아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14년 11월부터 MBC SPORTS+ 해설위원을 맡고 있고, 선동열 감독이 국가대표팀에 오른 뒤엔 타격코치로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에 나섰다. 지난해 은퇴를 선언한 '적토마' 이병규(43)도 올 시즌엔 해설위원으로 활동했지만, 지난 11월 친정팀 LG의 코치로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