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가 '유광점퍼'를 입었다. LG는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4년 총액 115억 원(계약금 65억 원·연봉 50억 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LG는 손아섭과 민병헌이 롯데와 계약한 뒤 "김현수에게만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김현수의 '친정팀' 두산은 영입전에서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외부 영입 의지를 보이고도 성과가 없던 LG가 사실상 단독으로 입찰했다. 소문만 무성한던 김현수의 LG행은 현실이 됐다.
양상문 LG 단장은 "11월 중순 에이전트와 접촉해 영입 의사를 전했다.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이 끝난 뒤 귀국한 김현수 측과 협상테이블을 차렸고 일사천리로 협상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 김경문 감독님에게 성실한 태도와 리더십을 갖춘 선수라는 칭찬을 자주 들었다. 나도 항상 긍정적이고 자신감이 넘치는 선수로 봤다. 팀에 큰 힘이 될 것 갔다"며 기대감을 전했다.
김현수 영입 효과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공격력을 강화했다. LG에는 잠재력을 드러낸 젊은 외야수가 많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탓에 기복이 있다. 올 시즌도 젊은 선수 다수가 후반으로 갈수록 급격하게 타격감이 떨어졌다. LG의 후반기 팀타율(0.270)은 리그 최하위였다. 김현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콘택트 능력을 인정받았다. 통산 타율은 0.318이다. 꾸준하다. 장타력도 기대할 수 있다. LG는 올 시즌 팀 홈런(110개) 최하위다. 홈런 20개 이상 때려낸 타자가 없다. 김현수는 KBO리그에서 뛴 마지막 시즌(2015년) 28홈런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에서 2시즌을 뛰며 쌓은 경험이 더해지면 더 나은 성적이 기대된다.
스타 부재도 해결했다. LG는 최근 3시즌(2015-2017년) 동안 올스타전 '베스트 12'에 포함된 선수가 없었다. 10구단 kt도 올 시즌 마무리투수 김재윤을 배출했다. 리그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구단답지 않은 결과였다. 리빌딩 기조와 맞물린다. 기존 스타 선수들의 출전 기회가 줄어들었다. 현재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는 박용택 정도만 꼽힌다.
김현수는 이런 갈증을 해소해줄 수 있는 선수다. 2009년에는 역대 올스타전 최다 득표를 했다. 2015년에도 베스트로 뽑혔다. 빅리그 출신이라는 훈장은 팬들에겐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관중수, 유니폼 판매 증가가 기대된다. 구단의 마케팅 전력도 다양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침체된 분위기에 반전을 가져왔다. LG는 오프시즌 동안 정성훈, 손주인, 이병규 등 베테랑 선수들을 정리했다. 2015년 이진영의 이적, 지난해 이병규의 '이른' 은퇴에 이어진 리빌딩 작업이 절정으로 치달았다. 비난은 커졌다. 양상문 단장의 퇴진을 외치는 시위도 일어났다. 외부 FA 계약 소식을 들리지 않았다.
프런트 수뇌부의 능력에도 의구심이 생겼다.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와도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현수를 영입했다. 다가올 시즌을 향한 기대감이 생겼다. 얼어버린 팬심(心)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다.
돌아온 김현수는 "새로운 기회를 준 LG에 감사하다. 팬분들의 성원에 더 많은 승리로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오는 21일 서울 그랜드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공식 입단식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