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샤 매장 전경 국내 화장품 로드숍의 전성시대를 연 주역인 미샤와 네이처리퍼블릭이 재도약에 나섰다. 로드숍 1세대인 에이블씨엔씨의 브랜드인 미샤는 낡은 이미지를 탈바꿈하기 위해 유상증자로 전면적인 브랜드 리모델링에 나섰다. 전 대표의 해외원정도박과 전관 로비 등으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던 네이처리퍼블릭은 전문경영인(CEO) 체제로 내실 다지기에 돌입했다. 한국의 대표 로드숍인 미샤와 네이처리퍼블릭이 침체기를 벗어나 다시 한 번 'K뷰티' 중심에 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샤, 유상증자로 '체질 개선' 시작
국내 로드숍 1호 브랜드인 미샤는 중저가 화장품 역사에 획을 그었다고 평가된다. 2000년에 3300원짜리 화장품으로 돌풍을 일으킨 미샤는 2005년에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고, 2007년엔 일명 '빨간 BB크림'이 히트를 치며 연 4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미샤는 2000년대 후반에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정체에 빠졌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대기업이 로드숍에 진출하고 신생 저가 브랜드들이 홈쇼핑과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를 통해 마케팅 고삐를 쥘 때도 미샤는 '싸고 좋은 제품만 공급하면 된다'는 생각에 발이 묶였다.
김혜수·동방신기·보아·조인성·손예진 등 지나치게 많은 모델을 기용한 점도 미샤의 컨셉트를 흐렸다. 그사이 2012년 10월 한때 6만8948원에 달하던 에이블씨엔씨의 주가는 19일 현재 1만7000원대까지 떨어졌다.
미샤는 2018년을 두 번째 전성기의 해로 정하고 대대적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먼저 창업주인 서영필 회장이 지난 4월에 에이블씨엔씨의 보통주 495만여 주 중 90%에 육박하는 431만여 주를 사모펀드인 IMM프라이빗에쿼티에 넘겼다. 에이블씨엔씨의 최대 주주가 된 IMM프라이빗에쿼티는 유상증자로 마련한 1100억원 규모의 자금과 유보금 등을 합쳐 향후 2년간 총 2289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투자금은 시설 개선 및 중국 직영 플래그십스토어 개설, 연구개발(R&D) 인력 및 시설 충원, 마케팅 등에 사용될 전망이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미샤가 유상증자로 마련한 자금으로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정립할 예정이다. 20대 초반의 새로운 고객층도 포용하기 위해 전면적인 브랜드 리모델링을 시도한다. 2018년이 미샤의 제2의 도약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경영인 체제로 내실 다지기에 나선 네이처리퍼블릭
또 다른 대표 로드숍 브랜드인 네이처리퍼블릭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2009년 자연주의 컨셉트로 론칭해 국내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순식간에 업계 상위권까지 뛰어올라 미샤를 추격하던 네이처리퍼블릭은 2015년 미샤가 운영하던 지하철 1~4호선 매장 50여 곳까지 차지하며 영향력을 키웠다.
잘나가던 네이처리퍼블릭은 2015년 정운호 전 대표가 100억원대 해외원정도박에 휘말리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전관 로비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내리막 길을 걸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해 12월에 아모레퍼시픽 출신 호종환 대표이사를 CEO로 영입해 '오너리스크'로 위기에 빠진 회사의 경영을 정상화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네이처리퍼블릭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1625억원으로 전년 대비 17.8% 감소했으며 누적 영업손실은 4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3분기 들어 소폭이나마 흑자 전환(약 3억3000만원)에 성공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2015년 한때 778개에 이르렀던 매장 숫자를 올해 707개까지 줄이며 내실을 다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로드숍 브랜드인 에뛰드하우스의 해외 영업본부장 출신인 호 대표는 네이처리퍼블릭의 중국 등 아시아권 시장 개척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뒤에 '한 번 다시 해 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반등을 위해 내실을 다지는 한편 수익성 개선을 위한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