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도깨비> 의 열풍은 ‘어마어마’했다. 939살 먹은 도깨비 김신(공유)이 19살짜리 여고생 지은탁(김고은)에게 고백할 때 건넨 “너와 함께한 모든 시간이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는 대사는 만인의 마음을 녹였다. 개촌 이후 51년 동안 한국 엘리트 체육의 요람으로 꾸준히 같은 자리를 지켜온 태릉선수촌 역시, 함께 한 ‘모든 날이 좋았던’ 곳이다. 태릉선수촌은 지난 1966년 설립돼 51년간 각종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의 산실로 자리매김했다. 역대 우리나라 동·하계 올림픽 금메달 116개가 태릉선수촌에서 탄생했다.
그러나 2017년 9월 진천선수촌 시대가 개막하면서 태릉선수촌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체육회는 태릉선수촌을 근대 문화유산으로 규정하고 이곳을 거쳐 간 역대 한국 스포츠 스타들의 땀방울이 밴 선수촌 내 건축물 7동과 운동장 1기 등 8개 시설의 문화재 등록을 위해 문화재청과 협의 중이다.
‘이거 실화냐’ - 평창 앞둔 겨울 종목들, 겨울아시안게임 1위·사상 첫 톱디비전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아이스하키, 스노보드, 스켈레톤 등 ‘변방’에 불과했던 종목에서 낭보가 이어지며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최다빈. [사진=연합뉴스 제공] 기분 좋은 소식은 올해 2월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2017 겨울 아시안게임부터 시작됐다. 평창을 1년 앞두고 열린 이 대회에서 한국은 당초 금메달 15개·종합 2위를 노렸지만 역대 최다인 금메달 16개, 은메달 18개, 동메달 16개(총 50개)를 수확하며 목표 초과 달성에 성공했다. 특히 스노보드 이상호, 피겨스케이팅 최다빈, 크로스컨트리 김마그너스, 알파인 스키 정동현 등이 평창을 앞두고 금메달의 ‘맛’을 봤다.
4월에는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2017 IIHF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2부리그) 2위를 차지하며 내년 5월 덴마크에서 열리는 2018 IIHF 월드챔피언십으로 승격하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
10초 07! 한국 신기록 김국영/게티이미지
’아주 칭찬해’ -‘10초07’ 한국 신기록 김국영
김국영은 올해 6월 열린 2017 코리아오픈 국제육상경기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10초07에 결승선을 통과하며 개인 통산 네 번째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고(故) 서말구 해군사관학교 교수가 1979년 멕시코에서 세운 한국기록 10초34를 31년 만에 경신.
슈틸리케의 ’노 룩 패스’ 상대를 보지 않고 ‘무심한 듯 시크하게’ 던지는 노 룩 패스는 농구 중계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표현이었다. 그러나 지난 5월 일본에서 휴가를 마치고 서울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던 김무성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의 노 룩 패스 한 방으로 단숨에 전국민적 유행어가 되어버렸다. 수행원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캐리어를 밀어 건네던 김무성 의원의 ‘노 룩 패스’처럼,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을 이끌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도 대표팀 지휘봉을 ‘노 룩 패스’로 넘기고 떠났다. ‘창사 참사’에 이어 ‘도하 참사’까지 이어지며 월드컵 본선 진출까지 힘들어지자 대한축구협회가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시켰고, 그를 데려온 이용수 기술위원장도 함께 물러났지만 축구팬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 누굽니꽈아’ - 히딩크 논란, 진원지는?
후임 신태용 감독은 지난 7월 공석이었던 대표팀 사령탑 자리에 올라 월드컵 최종예선 9차전 이란전과 10차전 우즈베키스탄전을 이끌었다. 두 경기 모두 0-0 무승부를 거두며 월드컵 9회 연속 진출에 성공했지만 헹가래 논란에 이어 거스 히딩크 감독의 재부임설에 시달리며 힘든 시간을 보내야했다.
김호곤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연합뉴스
논란 끝에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사퇴를 표명했고 신 감독도 꾸준히 비판 여론에 맞닥뜨려야했다. 다행히 11월 열린 콜롬비아-세르비아와 A매치 2연전에서 좋은 경기력을 선보인 덕분에 논란은 가라앉았지만 히딩크 논란이 남긴 상처는 컸다. 이처럼 한국 축구를 뒤흔든 ‘히딩크 논란’은 대체 어디서 시작된 걸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본의 아닌 유행어처럼 ‘누굽니꽈아!’하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이 정도면 ‘ㅇㅈ? ㅇㅇㅈ’ -아시아 선수 EPL 최다골 손흥민 손흥민은 올 한 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아시아 선수들이 유럽 무대에서 세운 기록을 줄줄이 넘어섰다. 기성용이 가지고 있던 아시아 선수 프리미어리그 한 시즌 최다 골 기록(9골)에 이어 차범근이 1985-1986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작성한 한국인 한 시즌 유럽리그 최다 골 기록(19골)도 갈아치웠다. 뿐만 아니라 11월 크리스털 팰리스와 경기에서 EPL 개인 통산 20번째 골을 터트려 박지성(19골)이 보유하던 아시아 출신 선수의 EPL 통산 최다골 기록도 넘어섰다. 이만하면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통하는 ‘글로벌’ 클래스, 인정? 어 인정이다.
되찾은 왕좌, 이동국 200호골까지… 전북은 K리그 ‘그뤠잇’ 사진=전북 현대 제공 올 시즌 전북 현대의 목표는 명확했다. K리그의 왕좌를 되찾는 것.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박탈당한 전북으로선 챔피언의 위용을 되찾는 게 가장 급선무였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전북은 시즌 36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전에서 이동국의 개인 통산 200호골과 함께 조기 우승을 거머쥐며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 2009년과 2011년, 2014년, 2015년에 이어 통산 5번째 우승이자, 2년 만의 우승 탈환이며 통산 최다 우승에서도 성남 일화(7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5회 우승을 달성했다. ‘그뤠잇’한 한 해가 아닐 수 없다.
도핑 때문에 평창 못가는 러시아, ‘스튜핏’
러시아 없는 2018 평창/게티이미지
‘소탐대실’ 2014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국가 주도 도핑 행위를 한 사실이 발각돼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 나서지 못하게 된 러시아의 경우다. 러시아 선수단은 약물 검사를 문제없이 통과한 선수들의 경우 개인 자격으로 대회에 나설 수 있다. 겨울 스포츠 최강국으로 불리는 러시아의 ‘스튜핏’한 자업자득.
2018 러시아 월드컵 ‘가즈아!!’ 월드컵 9회 연속 본선 진출. 우여곡절을 겪긴 했지만 어쨌든 한국 축구는 9회 연속 및 통산 10번째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이 세운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기록은 아시아에서는 최다이자 전 세계적으로도 6번째일 정도로 의미 있는 기록이다. 본선에 올랐어도 신태용호의 항해는 결코 만만치 않다. 독일, 스웨덴, 멕시코와 같은 조에 편성돼 쉽지 않은 여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렵게 달성한 본선행인 만큼, 2018 러시아 월드컵을 향해 ‘가즈아!!’ 한 번 외쳐줘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