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2017년에도 어김없이 승 수를 챙겼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적인 명장 퍼거슨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인생낭비다"라는 명언을 남긴 인물이다. 선수들이 불필요한 SNS글을 통해 의도치 않게 구설에 오르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덕분에 국내 네티즌들은 운동 선수들이 SNS에서 '사고'를 칠 때마다 "퍼거슨 감독이 또 1승을 거뒀다"고 말한다. 올해 퍼거슨 감독에게 1승을 안긴 인물들을 알아본다.
최악의 SNS상- '입복싱'의 끝은 TKO "나는 그의 얼굴을 부숴버릴 것이다(I am going to break his face)." 미국 종합격투기 UFC 최강자 코너 맥그리거가 지난 8월 '49전 무패복서' 플로이 메이웨더와 복싱 대결을 앞두고 한 말이다. 맞대결 전까지 시종일관 자신만만했던 그는 자기와 메이웨더가 노려보는 합성 사진을 SNS에 올려놓고 이런 글을 올린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은 2017년 최악의 SNS로 남게 됐다.
초반 잠시 펀치를 뻗어본 맥그리거는 4라운드부터 힘과 스피드가 빠지며 메이웨더에게 몰렸다. 맥그리거는 9라운드 중반부터는 다리가 아예 풀렸다. 메이웨더는 이를 놓치지 않고 10라운드에 강펀치를 잇달아 꽂았고, 심판은 경기 중단(TKO)을 선언했다. 복싱 전설과 초보의 대결을 본 팬들은 분개했다. 링 밖에서 자신만만했던 맥그리거가 실제로는 무기력한 플레이에도 불구하고 천문학적 대전료(1100억원)를 챙겼기 때문이다.
뒷북 사과상- 비하할 땐 언제고… "누구도 비하할 목적은 없었다. 그러나 내 행동이 누군가를 기분 나쁘게 하거나 오해를 일으켰다면 미안하다." 한국과 평가전에서 인종차별 행동을 한 콜롬비아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에드윈 카르도나(보카 주니어스)의 사과다. 카르도나는 지난달 11일 콜롬비아 축구협회 홈페이지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영상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카르도나는 지난달 10일 한국과 평가전에서 한국이 2-0으로 앞선 후반 18분 한국 선수들과 몸싸움을 벌이다 기성용(스완지시티)을 바라보며 양손으로 자신의 눈을 찢고 입을 벌리는 행동을 했다. 동양인을 비하하는 제스처를 한 것이다. 카르도나의 행동은 국내 축구팬들의 공분을 샀고, 해외 언론도 그의 행동을 비판했다. 이에 카르도나는 "난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경기 중 오해에서 빚어진 상황에 관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순애보상- 로블로 한 방에 날아간 누나 사랑 "제 마음은 장난이 아니라 진심입니다. 경기에서 이겨서 누나랑 만나고 싶습니다." 종합격투기 로드FC 선수 심건오는 22일 크리스 바넷(미국)과 무제한급 경기를 앞두고 레이싱 모델 출신 로드걸 이은혜에게 꽃다발을 주며 고백했다. 그는 SNS에 "(경기에서) 이겨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생겼다"며 전의를 불태우기도 했다.
심건오는 28세 이은혜는 30세다. 하지만 심건오의 순정은 바넷의 발차기 한 방에 날아갔다. 심건오는 23일 열린 경기에서 바넷에 2라운드 TKO로 졌다. 그는 바넷에게 뒷차기로 배를 맞았는데, 낭심을 맞았다는 신호를 보내며 통증을 호소했다. 하지만 심건오는 실제로 배를 맞았다. 그는 결국 로블루(낭심을 가격하는 반칙)를 인정받지 못하며 패했다. 심건오는 이은혜가 바넷에게 트로피를 전달하고 함게 기념 촬영을 하는 동안 쓸쓸히 링을 떠났다. 경기 후 심건오는 "(이은혜와의 일은) 좋은 추억이고, 좋은 기억이다. 어쨌든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니까 죄송할 뿐"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해피엔딩상- 메시 "상 좀 못 타면 어때, 경기만 이기면 돼" "중요한 경기에서 승리하며 2017년을 마무리해 행복하다."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가 지난 23일 열린 레알 마드리드와 라이벌전인 엘클라시코에서 3-0 완승을 이끈 뒤 한 말이다. 메시는 1골1도움을 기록했다. 메시는 이날 골로 단일 클럽 최다 득점자(526골)가 되는 겹경사도 누렸다. 이번 시즌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바르사는 승점 45(14승3무)를 기록하며 2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10승 6무 1패)와의 승점 차를 9점으로 벌렸다. 지난 시즌 우승팀 레알은 승점 31(9승4무3패)로 4위에 처져있다. 올해 마지막 순간 라이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와 희비가 갈린 것이다. 8월 유럽축구연맹(UEFA) 최우수선수, 10월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 12월 발롱도르까지 각종 상을 휩쓸었던 호날두는 전반 10분 결정적인 득점 기회에서 헛발질을 해 자존심을 구겼다.
감동상- 병상에서도 아이들 걱정한 거미손 퍼거슨 감독의 승리와 관계없는 훈훈한 SNS 이용자도 있다. '골키퍼의 전설' 김병지다. 그는 지난 11월 교통사고로 허리디스크가 파열돼 입원했다. 김병지는 27일 자신의 SNS에 "교통사고로 입원~~ 허리디스크 파열로 수술하게 되었습니다. 안전운전 하세요..걱정이 되는 건 킥이 되어야 아이들 가르칠 수 있는데"라며 입원 사진을 게재했다. 김병지는 은퇴 이후 유소년 축구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유소년 선수 지도에 나서지 못할 것을 걱정한 것이다. 축구팬들은 이런 김병지를 두고 "빨리 회복해서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쳐주기 바란다"며 응원의 메세지를 보냈다.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지도자 라이선스를 다 따 놨다. 지도자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리가 마비 돼 킥을 할 수 없다"며 "선수들을 가르치는 지도자가 발을 쓰지 못하는 것이다. 안타깝다.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김병지는 최근 재활에 전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