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는 롯데그룹 경영비리 혐의 1심 재판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을 두고 '총수 봐주기'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28일 논평을 내고 "재판부가 배임죄 성립 요건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해 결과적으로 재벌 총수가 회사를 마치 개인 금고처럼 악용하는 행위에 면죄부를 줬다"고 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징역 10년의 중형을 구형 받은 신 회장이 선고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구 롯데기공(현 롯데알미늄) '끼워넣기' 관련 특정경제가중처벌법위반(배임) 혐의와 롯데피에스넷 지분인수 및 유상증자 관련 배임 혐의에서 무죄를 받았기 때문"이라며 "재판부가 배임죄 성립 요건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해 계열사 끼워넣기와 부당지원 등 각종 불법 행위를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경제개혁연대는 앞서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롯데피에스넷과 롯데기공 건에 대해 정상적인 경영 판단이 아니라고 결정을 내렸다며 1심 재판부의 결정을 비판했다.
지난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피에스넷이 계열사인 롯데기공을 통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간접 구매한 것에 대해 롯데기공으로 하여금 별다른 역할 없이 중간마진을 취하도록 한 '끼워넣기' 행위라고 보고 과징금 6억4900만원을 부과했다.
재판부에서도 같은 결론을 냈다. 당시 서울고법은 롯데기공이 가스보일러 및 자동판매기 제조․판매업 등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회사로서 ATM기 등 금융자동화기기 제조 경험이 전혀 없었던 점, ATM기 개발과 관련한 롯데기공의 역할이 미미했던 점 등을 근거로 정상적인 경영판단의 결과가 아니라고 판단했고 이어 대법원 역시 동일하게 결론을 냈다.
또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2012년 신 회장이 코리아세븐을 통해 부실계열사인 롯데피에스넷 지분을 인수한 행위에 대해 재판부가 배임죄가 아니라며 무죄를 판결한 것도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신 회장이 롯데피에스넷 지분을 인수한 2012년에 이미 롯데피에스넷 자본 총계는 -53억1200만원, 부채 총계는 702억6100만원으로 완전자본잠식 및 부채과다 상태였다"며 "이후 유상증자가 진행된 2012년, 2013년, 2015년에 모두 롯데피에스넷 영업상황은 호전되지 않았고 주식가치도 사실상 0원에 이르렀다고 평가 받았다"고 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런 상황에서도 롯데계열사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은 롯데그룹 정책본부의 지시가 있었던 것이고 당연히 롯데 계열사에 손해를 가한 업무상 배임"이라고 주장했다.
또 경제개혁연대는 롯데시네마 매점 수익의 일감 몰아주기 혐의를 무죄 판결한 데 대해서도 "재판부가 손해액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했지만 CGV 등 유사 극장 매점의 이익률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손해액 입증이 가능하다"며 "결국 재판부의 피고인들에 대한 형사처벌 의지 부족과 양형기준표에 따른 양형에 대한 부담을 고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재판부는 신 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사유에 대해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점 등을 들었는데 이는 과거 재벌 총수의 형사 사건에서 관행적으로 제시된 양형 사유를 반복하는 구태"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