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사가 2018년 무술년의 출발선에 섰다. 그러나 수장 교체 여부에 따라 출발선에 선 모습이 다르다. KB금융·신한금융·우리은행은 수장 교체와 내부 인선, 조직 정비를 마치고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반면 하나금융은 최고경영자(CEO) 인선 문제로 안팎으로 시끌시끌하면서 새 출발이 순탄치 않다.
CEO 교체 끝낸 우리·KB국민·신한… 새 진용으로 새 출발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신한금융·우리은행 등 주요 금융사들이 지난해 수장 교체를 모두 마치고 새로운 진용을 갖춰 2018년을 맞았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두 차례나 행장을 교체하는 홍역을 치렀다. 지난해 1월 민영화를 실시하면서 민선 1기 행장에 이광구 행장이 취임했으나 국정감사에서 채용 비리 논란이 불거져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우리은행은 이 전 행장이 1년도 안 돼 물러났고 채용 비리 문제로 안팎으로 혼란이 있었지만 차기 행장을 큰 문제없이 선임하면서 위기 상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
손태승 신임 우리은행장은 한일은행 출신이지만 내부적 계파 갈등에서 자유로운 중립적 인사로 알려져 있다. 최근 불거진 채용 비리도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간 계파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가 있는 만큼 손 은행장의 중립적 성향이 신임 행장 선임에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 우리은행은 조직문화 혁신을 위한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국내 부문과 영업지원부문장에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들을 나란히 배치했다. 계파 갈등을 최소화하겠다는 목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올 한 해 동안 우리은행은 지주사 전환을 위한 기반을 쌓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손 행장의 임기가 3년으로 결정된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은행권 행장 임기는 2년이다.
KB금융도 지난해 말 국민은행장을 새롭게 선임하면서 수장 교체를 마무리했다. KB금융은 2014년 내부 권력 싸움인 이른바 ‘KB사태’를 겪은 이후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은행장을 겸임해 왔다.
하지만 지나치게 지주사에 권력이 집중됐다는 지적을 받아 지난해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했다. 이에 허인 은행장이 새롭게 자리에 올랐으며 조직 개편에서도 지주사와 은행 겸직 체제를 줄였다. 지역영업그룹 대표들을 본부 임원으로 들이면서 한쪽으로 치우쳤던 권력을 분산하는 모양새다.
신한금융은 금융권 가운데 가장 무난하게 수장을 교체했고 눈에 띄는 잡음도 없었다.
지난해 3월 조용병 전 신한은행장은 신한금융그룹 회장에 올랐고 공석이 된 신한은행장에 위성호 전 신한카드 사장이 취임했다.
신한금융의 올 한 해 가장 큰 숙제는 지난해 KB금융에 뺏긴 ‘리딩뱅크’ 자리 탈환이다. 조 회장과 위 행장은 올해로 2년 차를 맞게 되는 만큼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 3회 연임 놓고 시끌시끌
이들 3개 금융사와 달리 하나금융은 2018년 출발이 순조롭지 않다. CEO 교체를 놓고 안팎으로 시끄럽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오는 3월 김정태 회장의 임기가 끝남에 따라 이달 중으로 회장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를 가동하고 후보군을 물색할 예정이다.
문제는 김 회장의 연임이다. 김 회장은 2012년 3월 회장에 취임한 뒤 2015년 연임에 성공했다. 김 회장이 이번에도 연임에 성공하면 세 차례나 하나금융의 수장을 맡게 된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3회 연임 도전에 나설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김 회장도 새해 첫날인 1일 신년사를 내고 연임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주가가 2016년 초 2만원대에서 5만원대까지 올랐고 자본 적정성과 리스크 관리가 개선됐다. 은행 신축 본점도 완성했으며 인적·물적 IT 인프라를 통합한 그룹통합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며 과거 성과를 강조했다.
그러나 김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하나금융 노조는 김 회장의 ‘셀프 연임’에 따른 독주 체제를 견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조는 김 회장의 각종 부실 대출을 비롯해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와 부당 거래, 성추행 지점장 재채용 등을 제기하며 반대하고 있다.
최근 금융 당국도 하나금융을 겨냥한 듯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은 하나금융에 경영 유의 조치를 내리고 CEO 승계 절차와 관련한 투명성과 공정성이 미흡하다며 회추위 구성과 내부 후보군 선정 문제 등을 지적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지주사 CEO가 가까운 분들로 이사회를 구성해 본인 연임을 유리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하나금융은 회추위에서 김 회장을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은 사외이사 7명으로만 구성된 회추위에서 차기 회장 후보를 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노조는 현재 회추위를 구성한 7명의 사외이사들이 모두 김 회장과 연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회장 선출의 공정성이 없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에 따르면 송기진·윤종남 사외이사는 김 회장이 추천했으며 윤성복 사외이사는 김 회장과 경남고등학교 동문이다. 나머지 사외이사들도 이들 사외이사의 추천을 받은 인물들로 사실상 모두 ‘김 회장 라인’이라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또 노조는 김 회장이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인물인 최순실씨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본부장의 특혜 승진에도 관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전 본부장은 독일법인장 재직 시 최씨 모녀에 특혜 대출을 해 주는 등 지원한 대가로 초고속 승진을 한 것으로 논란이 됐다. 이 과정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거쳐 김 회장에게 이 전 본부장의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노조 측은 “김 회장은 장기간 연임하면서 하나금융지주와 소속 자회사를 본인 1인을 위한 회사인 것처럼 경영에 관여했다.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