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해 성공한 대표적 인물은 샤니 데이비스(36·미국)다. 미국 역사상 겨울올림픽 무대를 밟은 첫 흑인 스케이팅 선수로 기록된 데이비스는 2006 토리노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0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데이비스의 금메달 소식은 토리노 대회 최대 이슈였다. 흑인이 겨울올림픽 개인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그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데이비스는 2010 밴쿠버올림픽 1000m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000m 사상 첫 2연패다. 세 번째로 참가한 2014 소치올림픽에서는 노메달에 머물렀다.
그는 원래 쇼트트랙 선수였다. 데이비스는 19살 때인 2002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을 앞두고 흑인 선수로는 처음으로 쇼트트랙 대표로 선발돼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당시 승부 조작설에 연루돼 올림픽에 나서지 않았다. 데이비스가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 전향한 것도 이때다. 전문가들은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이 어렵다고 말한다. 언뜻 보면 비슷한 두 종목은 사실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순위 경쟁을 하는 쇼트트랙은 레이스 초중반까지 경기 운영을 통한 체력 비축이 가능하다. 반면 기록으로 순위를 가리는 스피드스케이팅은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데이비스의 올림픽 금메달은 더 값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데이비스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데이비스는 2017~2018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1∼4차 월드컵 성적을 합산해 1000m 12위, 1500m 15위로 출전자격을 확보했다. 그는 36세의 노장이지만, 평창올림픽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겠다는 각오다. 그는 옛 스승을 다시 찾아 비법을 전수 받고 있다. 미국 대표팀 코치를 지낸 장권옥 코치다. 그는 최근 다시 장 코치를 찾아 한국체대에서 훈련했다. 데이비스는 지난달 미국 대표팀(TEAM USA) 홈페이지를 통해 평창올림픽에 나서는 소감을 밝혔다. "나는 여전히 스피드스케이팅을 사랑한다"면서 "내 심장은 아직도 젊기에 어떤 경쟁에서도 최고가 되려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국내 선수 중에선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최강자 이승훈이 종목을 바꿔 성공한 사례다. 이승훈은 2009년 밴쿠버올림픽 쇼트트랙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자, 스피드 중장거리로 전향했다. 폐활량이 마라톤 국가대표급인 이승훈에게 스피드스케이팅은 몸에 꼭 맞는 옷과 같았다. 그는 1년도 채 안 돼 열린 벤쿠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10000m에서 금, 5000m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이승훈은 이번 평창 대회에서 새롭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빙속 마라톤’ 매스스타트(400m 트랙을 16바퀴 도는 경기)에서 금메달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