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은 못 했을지 몰라도, 그동안 공명정대하게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앞으로 제가 두산만 챙기는 일은 없을 겁니다."
진지하던 장내에 웃음이 터졌다. 정운찬 신임 KBO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던진 '진담 반 농담 반' 때문이다.
정 총재는 3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캠코양재타워에서 열린 KBO 총재 취임식에서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했다. 그 가운데 가장 마지막으로 받은 질문은 '두산팬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야구팬들이 두산만 이익을 보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정 총재는 난감한 듯 웃었지만 이내 예를 하나 들었다. "1980년대 중반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로 일할 때 우리 과 교수 가운데 한 분이 총장이 되셨다. 그 분께 '앞으로 경제학과 많이 도와주실 것이냐'고 묻자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큰 손해는 안 줄겨'라고 하시더라." 이어 "사실 앞서 몇몇 인터뷰를 할 때 나는 이제 '탈 두산'이라는 얘기를 했다. 아무래도 어감이 안 좋으니 '출애굽'이라고 하겠다"며 "두산에 특별한 이득을 줄 이유는 없다. 걱정하지 말아달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또 하나 관심을 모은 부분은 '보수' 얘기다. 정 총재는 KBO와 연봉 계약을 했다. 그동안 KBO 총재는 '명예직'으로 여겨졌고, 많은 총재가 무보수로 일한 건 사실이다. 두산그룹 회장이었던 고 박용오 총재 시절부터 돈을 받지 않았다가 후임 신상우 총재 때 연봉 1억 8000만 원과 업무추진비 1000만 원이 지급됐다. 그러나 명지학원 이사장이었던 후임 유영구 총재 때 다시 무보수로 돌아갔고, 구본능 총재도 임기 내내 무보수로 일했다.
반면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인 롭 맨프레드는 스타플레이어들에 맞먹는 연봉 2500만 달러를 받는다. 기업인이 아닌 정운찬 신임 총재 역시 KBO가 책정한 월급을 매달 받게 된다. 정 총재는 이에 대해 "내가 KBO 총재를 맡게 되면서 다른 수입원이 없어졌다. 여기서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 연봉을 받겠다고 말씀드렸다"고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이같은 마음가짐을 '수익'에 대한 소신으로 연결했다. "한국은 아직도 서비스에 대가를 지불할 준비가 안 돼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프로야구 구단들도 아직 모기업에 의존하고 있지만, 앞으로 KBO 리그 전체가 산업화돼야 하지 않나"라며 "앞으로 연봉도 받고 일을 잘해서 인센티브도 받고 싶다. 프로야구 산업화를 위한 기초적 단계라고 이해해 달라"고 역설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사무총장 선임 문제에 대해선 "워낙 중요한 문제라 아직 마음의 결정을 하지 못했다. 공모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며 "공모제의 장단점은 분명히 있다. 단 하나 확실한 건 '공정하게' 하겠다는 점이다. 외부의 입김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