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즌을 준비하는 1월, 선수들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시간이다. 특히 비활동 기간(12월 1일~1월 31일)에 규정이 바뀌면서 스프링캠프 출발이 늦어져 개인적으로 훈련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런데 1월 개인 훈련에도 고연봉, 저연봉 선수 간 훈련 환경이나 여건에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
실업야구 시절부터 프로야구 출범 초창기까지는 12월 체력 단련 위주의 겨울 팀 훈련이 진행됐다. 필자가 수석 코치로 몸담았던 해태 타이거즈가 1986~1989년 한국시리즈 4연패를 차지했다. 당시 한겨울에도 구장 위의 눈을 치우고, 배팅 훈련을 실시했다. 해태를 꺾기 위해 다른 팀에서는 특별한 극기 훈련도 실시했다. 정신력 강화 차원에서 오대산 얼음물에 입수하고, 강심장을 기르기 위해 화장터 앞으로 들어가 뒤로 나오는 이색 훈련도 있었다.
1990년대 들어 모든 구단이 12월에 팀 훈련을 진행하지 않는 쪽으로 분위기가 형성됐다.
2000년대 초반까지 해외 전지훈련은 2월에 시작됐다. 필자가 1990년대 초~2000년대 초 쌍방울 레이더스, 두산 베어스 지휘봉을 잡던 당시, 2월 1일에 캠프지로 떠났다. 그런데 2000년대 중반부터 하나둘씩 1월 중순에 해외에서 전지훈련을 갖기 시작했다. 어느덧 모든 구단이 그렇게 했다.
2000년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가 생겨났고 FA(프리에이전트) 제도가 만들어졌다. 여기에 야구 인기가 높아지자 자연스레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굉장히 늘어났다. '대형 FA' 계약을 맺은 A급 선수는 이르면 12월 말부터 국내보다 훨씬 따뜻한 괌, 사이판 등으로 해외 개인 훈련을 떠나기 시작했다. 높은 몸값에 대한 부담감. 그에 걸맞은 활약을 선보이기 위한 책임감의 차원이다. 요즘에는 대형 FA 선수뿐 아니라 많은 억대 연봉 선수들이 해외 개인 훈련 대열에 합류했다. 팀별로 많게는 10명 이상의 선수단이 먼저 해외로 떠난다.
그런데 저연봉 선수들은 이런 흐름과 다르다. KBO 리그 최저 연봉은 2700만원. 이 같은 저연봉 선수 입장에선 항공료, 숙박료, 현지 체류 비용 등에 수백만원을 투자해 해외 훈련을 떠나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2017년부터 비활동 기간이 늘어나면서 개인 훈련 시간이 보름가량 더 늘어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고연봉 선수와 저연봉 선수 간 개인 훈련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현장에선 "고된 훈련을 하며 쌓아 놓은 부분을 비활동 기간에 잃어버리지 않으려면 개인 훈련을 충실히 해야 한다. 그런데 (비활동 기간 증가 뒤 처음 열린) 2017년의 스프링캠프에선 준비가 조금 덜 된 선수들이 일부 보이기도 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단순히 선수들의 탓으로만 돌릴 순 없다.
필자의 생각으로 2월 1일에 캠프를 시작하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 원위치로 돌아간 셈이다. 이제는 시대가 바뀐 만큼 비활동 기간의 훈련은 선수의 자율과 책임 속에 이뤄져야 한다. 선수협은 당초 "급여가 지급되지 않는 12월 1일부터 1월 31일까지는 모든 선수들의 구장 출입을 불허한다"고 선언했다. 선수협은 전국의 재활센터 12개, 스포츠센터 20개와 협약을 맺어 선수들에 지급된 복지카드를 통해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했지만 여러 이유로 이를 이용하는 선수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선수협은 최근 한발 물러서 '선수가 요청할 경우'에는 그라운드를 포함한 구장 시설을 개방해 이용할 수 있도록 입장을 바꿨다.
구단은 저연봉 선수에 대한 지원과 관심을 늘릴 필요가 있다. 스프링캠프 기간이 보름가량 줄어 구단 입장에선 많은 경비를 절약할 수 있게 됐다. 대신 저연봉 선수의 훈련 지원을 늘렸으면 한다. 훈련할 곳이 마땅치 않은 저연봉 선수들은 홀로 훈련하다가 다칠 수도 있다. 구단 트레이너가 구장에 나와 돕는다면 훈련의 효율도 높일 수 있지 않겠는가. 팀도 선수들이 몸을 잘 만든다면 팀 전력이 강화되고, 한국 야구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선수협 역시 저연봉 선수들이 좀 더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 조성에 좀 더 신경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