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야구(NPB)와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중계권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직거래다.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구단과 방송사의 중계권 직접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KBO와 달리 중계자 없이 센트럴리그와 퍼시픽리그 총 12개 팀이 중계권을 직접거래한다. 인기와 비인기 구단 가리지 않고 모두 공통된 방식이다.
메이저리그도 상황은 비슷하다. 사무국이 권한을 갖는 전국 방송을 제외한 지역 방송(케이블) 계약은 구단이 직접 담당한다. 어떤 규모로 계약을 끌어내냐가 구단의 청사진을 좌우할 중요한 요소다.
KBO 리그는 대행사가 끼인 상태로 계약이 진행된다. 구단과 방송사 사이에 있는 대행사가 중계권료 수익 일부를 가져간다. 심지어 구단이 받는 중계권료보다 수익이 더 크다. 일본과 미국에선 보기 힘든 방식이다. 구단에 돌아가는 몫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 리그 전반에 걸쳐 이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악순환이 계속되는 이유다.
인기 격차, 직거래의 큰 숙제 물론 시장이 다르다. A구단 단장은 "지방 비인기 구단은 직접거래가 어렵다. 직접거래를 하면 인기 구단에 몰릴 수밖에 없다"고 경계했다. B구단 실무자도 "직접거래는 현재 상황에선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C구단 마케팅 담당자는 "시청률이 안 나오는 구단도 있기 때문에 직접 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KBO 리그는 10개 구단의 인기가 균등하지 않다. 이른바 '엘롯기'로 불리는 3개 구단의 관심도가 높다. KIA나 롯데처럼 인기 구단의 중계권은 불티나게 팔릴 가능성이 있다. 반면 NC와 kt를 비롯한 몇몇 팀은 팬층이 아직 두껍지 않다. 구단의 직접거래를 통한 중계권 계약이 이뤄질 경우 비인기 구단은 큰돈을 받기가 어렵다. 빈익빈 부익부가 발생할 수 있다. KBOP 같은 중계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고 해서 대행의 대행을 둘 필요는 없다는 데 대부분 구단들이 동의하고 있다. 일단 첫 단계로는 구단의 마케팅 TF팀 + KBOP + 중계사 3자 협력체가 긴 시간을 두고, 합당한 계약 구조를 찾아내는 방법이 있다.
이해당사자가 직접거래를 해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정적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다. 구단이 챙길 수 있는 파이도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D구단 실무자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중계권에 대해 독립(직접거래)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장기적인 목표"라며 "직접거래를 한다면 구단 쪽에선 마케팅을 비롯한 여러 가지 부분에서 더 투자하고 집중할 수 있다. 입장 수입과 함께 큰 부분이 아닌가. 그만큼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구단 실무자도 "중계권을 직거래하면 야구가 재밌어질 수 있는 요소다. 당장은 시행을 안 해 봤기 때문에 인기와 비인기 팀의 차이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간스포츠가 확인한 결과, F구단은 중계권 직거래에 따른 효과에 대한 구단 내부 회의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꼬인 실타래, 중계권 통합을 고민하자 당장 꺼야 할 불도 있다. 뉴미디어 권리에 대한 재조정이다. 업계에선 '방송과 뉴미디어 권한을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프로야구 시청 매체 형태는 최근 급격하게 바뀌었다. 모바일과 PC 등 뉴미디어 이용자가 TV 등 전통적인 미디어 이용자를 역전했다.
그러나 현행 방식에는 상당한 문제가 있다. 콘텐트 생산자인 구단(선수)과 가공하는 방송사가 온당한 수익을 얻는 구조가 아니다. KBO가 비포털 온라인 권리를 중계 대행사인 에이클라에 몰아줬기 때문이다. 1차 중계 화면(클린 피드)을 제작하는 방송사가 자막이나 코멘트 등을 붙여 따로 제작하는 영상(더티피드)에 대한 권리로 1년에 받는 비용은 고작 3억~4억원에 그친다. 관계자 B씨는 "방송사와 뉴미디어 시장의 상황은 거의 50 대 50인데, (중계권 관련) 비용은 우리가 80%를 내고 있다. 앞으로는 우리가 직접 제작한 영상물 콘텐트를 뉴미디어에 직접 판매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중계권 협상 시기의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현재 중계권 관련 계약의 만료 시기는 조금씩 차이가 난다. 2018년 말 뉴미디어 계약, 2019년 말 케이블 TV 중계권 계약, 2020년 말 IPTV 계약이 차례로 각각 만료된다. 중계권 계약이 여러 갈래로 1년간 차이를 두고 진행돼 후발 계약자는 "'울며 겨자 먹기' 식의 사인을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따라서 서로 나뉘는 중계권 계약 시기를 일부 조정해 한 번에 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구단 관계자의 이해 역시 비슷하다. 관계자 C씨는 "요즘 뉴미디어가 대세다. 그런데 프로야구 시장의 성장에 케이블 TV 방송사의 공헌을 간과할 수 없다. 많은 투자를 통해 중계의 질을 올렸고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아 인기 상승에 큰 몫을 담당했다. 뉴미디어에 비해 중계사가 갖는 부담이 크다"며 중계권 통합 및 중계권료 재조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스포츠취재팀(김성원, 배영은, 배중현, 이형석, 김희선, 안희수, 피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