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주최한 '개·폐회식 미디어 브리핑'에 참석하기 위해 23일 강원도 평창군 평창 알펜시아에 위치한 메인프레스센터(MPC)를 찾은 각국 취재진은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에 몸을 한껏 움츠렸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바람이 등을 떠밀고, 귀마개를 하지 않은 귀는 금세 새빨갛게 얼어붙었다. 생각을 뛰어넘는 추위에 외국인 기자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폴란드 국영방송에서 온 취재진이 이희범(69)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에게 "'지붕 없는 경기장'에서 개·폐회식을 진행하기로 한 걸 후회하지 않냐"고 질문을 던졌을 정도다. 물론 이 조직위원장은 "평창과 대관령은 한국에서 가장 추운 지역 중 하나다. 너무 춥다는 소문이 나서 못 오겠다는 분들도 있다고 들었는데, 추위에 대해서는 완벽에 가깝게 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 개·폐회식이 열리는 올림픽플라자는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에 위치하고 있다. 고지대답게 기온이 낮고 바람이 많이 불어 행사 당일 추위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2008년에는 영하 14.8도까지 내려갔다. 더구나 개회식은 해가 진 이후인 오후 8시에 시작하는 만큼 방한 문제가 시급하다.
조직위는 이날 미디어 브리핑에서 추위에 대한 대책으로 방풍막, 히터 등 방한시설을 설치하고 판초우의·무릎담요·핫팩방석·손발 핫팩·방한모자 등으로 구성된 '방한용품 6종 세트'를 개회식에 참가하는 관람객에게 지급한다는 대안을 내놨다. 또 관람객이 따뜻한 음식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매점과 가판대를 설치하고 저체온증 환자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응급 의무실과 의료 인력을 확대 설치해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대기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외투를 입은 상태에서 신속하게 보안검색을 실시할 수 있도록 했고, 교통 약자의 경우 진부역이나 대관령 주차장에서 미리 보안검색을 완료한 뒤 차량에 탑승한 채 올림픽플라자 입구까지 이동하는 '패스트 트랙(Fast Track)' 서비스도 제공하기로 했다. 이 조직위원장은 "다양한 추위 대책을 준비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고 거듭 강조했다.
물론 이날 미디어 브리핑에 참석한 수많은 국내외 취재진의 관심을 끈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북한의 참가 문제다. 국내를 포함해 각국에서 날아온 수많은 취재진은 '북한'의 참가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폴란드 국영방송은 "북한의 참가 소식을 듣고 개·폐회식 컨셉트를 바꿨나"라고 물었고,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은 "한반도기에 독도 표시가 되냐, 아리랑은 어떤 버전으로 울려 퍼질 예정이며 북한과 합의는 됐나" 등의 질문을 던졌다. 미국의 CNN 취재기자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문제가 불공정하지 않냐"고 물어 남북 단일팀 문제에 대한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직위는 "북한 참가로 개·폐회식이 달라질 것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조직위원장은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하는 것 외에 북한 참가로 인해 개·폐회식 내용에 변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고, 송승환(61) 개·폐회식 총감독도 "이번 개·폐회식은 한국의 전통문화 특성인 '조화' 그리고 현대문화에서 따온 '융합'의 컨셉트에 한국인의 '열정'과 전 세계를 향한 '평화'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에 주력했다"면서 "북한의 참가를 늦게 알았지만 이로 인해 우리가 던지고자 한 '평화'의 메시지가 전 세계에 더 확실하고 강력하게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미소와 함께 답했다.
한편 북한 측의 개막식 공연 참가 여부에 대해선 송 총감독이 직접 "조직위로부터 들은 바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개회식이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집어넣기에는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라며 북한 예술단과 합동 공연 가능성을 부인했다. 송 총감독은 "개회식의 식전 공연으로 북한 태권도 시범단이 공연하는 사항에 대해선 협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남북 간 합의에 따라 평창겨울올림픽에 30명의 태권도 시범단을 파견하기로 한 바 있다.